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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북한의 러시아 파병 어떻게 봐야 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21 18:46

수정 2024.10.21 19:16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1500명의 북한 특수부대 병력이 러시아로 이동했고, 추가로 1만명 정도가 더 파병될 것으로 파악한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북한이 1만명 수준의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미 "북한 장교들이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됐다"고도 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은 북한과 러시아가 올해 6월에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이 실질적인 북러 군사동맹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군사동맹은 기본적으로 '전쟁공동체(war community)'의 관계를 의미한다. 동맹국이 전쟁을 치르면 같이 참전해 싸운다는 원칙이 군사동맹의 핵심이다. 러시아가 전쟁 중이니, 동맹원칙에 의하면 북한의 파병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난 12일 북한이 한국 드론이 평양에 침투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을 때, 러시아는 한국의 '북한 주권 침탈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한반도에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러시아가 직접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러시아는 지금 북러조약 비준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 조약을 '상호방위조약'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북러조약 체결 시 일부 전문가는 북러 협력의 수준을 과소평가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는 북에 일부 군사기술을 제공하는 수준의 협력만을 예상했다. 철저하게 이해타산만 고려한 거래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하면 북러 군사협력은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중국이 북러 밀착을 '매우' 불편해하기 때문에 군사협력은 동력을 곧 상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의 이익이 북러와 합치할 수는 없다. 사실 북한과 러시아 역시 이익이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중러 3국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고쳐서 새로 쓰겠다는 중장기적 전략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중국이 '매우'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북러 밀착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다. 중국은 기존의 국제질서에 정면 도전하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이 오히려 고마울 수 있다. 본인들이 내놓고 할 수 없는 것을 북러가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퇴한다면 이는 중국에도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전쟁에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주장했듯이 마이크로 전자기기, 광학장비와 같은 주요 부품을 제공해 러시아 '전쟁 머신(war machine)' 가동을 돕고 있다.

강대국 경쟁은 필연적으로 '진영(陣營)화'를 수반하며 진행된다. 서로 진영을 구축해 싸운다는 얘기다. 냉전 당시의 강대국 경쟁이 그랬고 1·2차대전은 강대국 경쟁의 '편먹고 싸우기'가 초래한 비극이었다. 이러한 진영화의 경향은 강대국 경쟁이 이념적 성격을 띠고 있을 때 더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중국이 냉전 시기 소련과 같이 공산주의를 전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교조적 이념에 함몰되어 있지는 않지만, 중러는 중국식 정치경제 모델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북러조약 체결 후 북중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징후가 있지만, 남북 군사충돌이 발생하면 중국은 '조중(朝中)동맹'에 의거해 개입할 것이다.

중국이 북러 군사협력을 반대하므로 일정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희망적 사고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밀착 추세는 오히려 북중러 공조 강화와 진영화의 심화로 이해해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이제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도 예상해야 한다.
한국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 이에 대비해야 하는 동시에 진영 간의 대결이 3차대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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