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시니어 아미', 육군 37사단서 훈련
[괴산=뉴시스] 서주영 기자 = "무엇이라도 시켜만 주십시오. 조국을 지키는 데 이 한 몸 바칠 각오가 돼 있습니다."
5일 충북 괴산에 위치한 육군 37사단 청안과학화예비군훈련장 안보교육관.
'시니어 아미(Senior Army)' 회원 33명이 예비군훈련체험 입소 선서를 했다. 거수경례 사이로 빛나는 눈동자를 현역 장병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가슴 한 켠에는 시니어 아미 마크와 명찰이 자랑스럽게 달려 있었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시니어 아미는 국방의 의무를 다한 은퇴 세대들이 유사시 참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꾸린 세계 최초의 단체다. 지난해 6월 창립해 같은 해 국방부의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처음 200명 수준이었던 회원은 10배로 늘었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50대부터 80대까지 남녀 노병이 뭉쳤다. 저출생과 복무기간 단축으로 점차 감소하는 군 병력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경남 김해, 경기도 안성 등 전국 곳곳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이유다.
육군 준위로 퇴역한 김용기(61)씨는 "작년 연말에 심장 협심증으로 시술을 받았는데, 지금은 건강을 많이 회복해 훈련에 참여하게 됐다"며 소총을 집어 들었다.
이어 "21년간 군수사령부, 22사단, 30사단 등 여러 부대에서 복무했다"며 "현재는 목사 일을 하고 있으나 언제든 국가에서 부르면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남편과 함께 훈련을 받으러 온 박경숙(66·여)씨는 "올해 3월 안양에서 한 차례하고 이번이 두 번째"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훈련에 참여해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시가지 전술 훈련장에서 자색 연막수류탄이 터졌다.
연막 뒤로 단독 군장과 마일즈 장비를 착용한 시니어 아미 회원들이 M16A1 소총을 들고 곳곳에 엄폐한 채 적을 조준 사격했다.
전역한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사격 자세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엄호 사격과 함께 교차 전진하며 작전을 수행하는 노병의 얼굴에는 전쟁터의 병사와 같은 비장함이 묻어났다.
반차를 내고 왔다는 화물차 운전기사 최관주(57)씨는 "병정놀이하는 거 아니냐고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다"며 "아직도 우리는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훈련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시가지 전투훈련 후에는 VR영상 모의사격 훈련, 스마트 심폐소생술 훈련을 이어갔다. 4개조로 나뉜 분대원들의 입가에서 미소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여성 2명을 포함한 33명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1개 소대였다.
훈련을 마친 한 회원은 "최근 북한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참전과 미사일 도발 등 국가 안보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유사시 어떠한 임무를 맡겨주더라도 해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 임무가 설령 총알받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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