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연말에는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과음하는 횟수도 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의료계에서 정의하는 폭음의 기준은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의 경우 7잔, 여자는 5잔 이상 마시는 걸 말한다. 이러한 폭음을 월1회 이상 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월간폭음률이라고 하는데, 2022년 기준 한국인의 월간폭음률은 37.4%에 달한다.
문제는 과도한 음주는 뇌와 소화기 등에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질환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금주라고 조언하는 한편 부득이하게 술을 마셔야 할 경우에도 구체적인 절주 목표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음하는 한국인들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2년 남성 월간폭음률은 48.8%, 여성 월간폭음률은 25.9%를 기록했다. 폭음을 월 1회라도 하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월간폭음률은 보건학적으로 의미가 크다.
연말연시에 술자리가 몰려있음을 감안할 때 평소에는 술을 자제하는 사람도 위험한 수준의 과음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들의 과음 습관을 보여주는 또다른 수치는 고위험 음주율이다. 주 2회 이상 음주를 하는 고위험 음주율은 2022년 기준 평균 14.2%로 남성 21.3%, 여성 7%를 기록했다.
■과음 시 알코올성 치매와 간질환 위험↑
자주 필름이 끊기는 사람의 경우 본인의 음주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명 블랫아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켜 치매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알코올성 치매의 또 다른 증상은 성격 변화다. 뇌 앞부분에 있는 전두엽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알코올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가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미 뇌 위축이 진행되어 비가역적인 상태가 오기 전에 치료와 금주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며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과음과 폭음을 피하고 평소 올바른 음주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알코올 간질환'도 조심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알코올 지방간, 알코올 간염, 간경변증 등이 있다. 정상 간에는 지방이 5% 정도 존재하는데 지방간은 이보다 많은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뜻한다.
알코올성 간염은 지방만 축적되는 지방간과는 달리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 반응을 동반하는 상태다. 간경변증이란 간염 바이러스나 음주 등에 의해 생긴 간염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간세포가 파괴되어 간섬유화가 진행돼 간이 딱딱해지고 간 기능이 소실되는 상태를 말한다.
알코올 간질환 환자가 음주를 지속하면 어떤 약을 투여하더라도 간이 지속적으로 손상된다.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완전히 금주하는 것이다. 이단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초기 알코올 지방간은 금주하면 4~6주 후에 간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된다"며 "중증 간염, 간경변증이더라도 금주하면 질병의 진행을 막고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알코올 대사능력 낮을수록 심방세동 위험↑
평소에 다른 사람에 비해 술을 잘 못 마신다고 느꼈다면 심방세동도 걱정해야 한다. 오세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박찬순 임상강사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일평균 알코올 30g(주종에 관계 없이 약 4잔) 이상 과음하는 사람은 알코올 대사능력이 낮을수록 심방세동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뇌졸중, 치매, 심부전의 주요 위험인자다. 주요 증상은 두근거림, 흉부 불편감이며 심한 경우 어지러움과 호흡곤란을 동반한다.
또한 알코올 대사능력과 관계없이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일평균 알코올 8g(주종에 관계없이 약 1잔)을 더 섭취할 때마다 심방세동 위험도도 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본 연구는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음주량 및 유전적 소인이 심방세동에 미치는 복합적인 관계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며 "사람마다 동일한 음주를 해도 심방세동 위험은 다르기에, 알코올 대사능력이 낮아 심방세동에 취약한 사람은 적극적 금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주, 주변에 알려라
다가오는 12월은 모임의 달인 동시에 결심의 시기다. 금주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결심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 좋다. 자신의 음주 습관을 돌이켜보고 금주 동기와 목표를 눈에 띄는 곳에 적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완전히 금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구체적인 절주 목표를 정하고 습관에 변화를 준다. '첫 잔을 여러 번 나누어 천천히 마신다', '빈속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 등 자신과의 약속을 정하는 것이다.
만약 결심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올바른 이전에 세웠던 계획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는 것이 좋다. 스스로 새로운 계획 수립이 어려운 경우, 알코올 상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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