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입처 다변화 및 중동과의 관계 개선
중장기적인 미국의 에너지 자립 유도
[파이낸셜뉴스]
중장기적인 미국의 에너지 자립 유도
트럼프가 캐나다,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29일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부과는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기업들의 비용 증가와 역내 물가 상승 압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특정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중동과의 관계 개선을 유도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패권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숨은 뜻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걸프 해안의 정유시설들은 대체로 캐나다의 중질유를 사용해 석유제품을 만들고 있어 셰일오일 같은 경질유에는 최적화 돼 있지 않다. 이에 관세 현실화 시 미국 가솔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전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았던 점을 감안해보면, 미국은 사우디(비중 5%)를 비롯한 OPEC 회원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며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캐나다와 멕시코 대비 해상 수송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두바이유는 중질유이기 때문에 미국 정제시설의 호환성 측면에서 유리하며, 더 나아가 트럼프 정부의 중동과의 관계 개선에도 용이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근에 있는 저렴한 원유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공급 비용은 높아지게 된다. 전 연구원은 "대선 내내 “Drill, baby, Drill”을 외치며 전통 에너지 친화적인 스탠스를 보이던 트럼프 정권이 이러한 정책을 내놓은 것은 중장기적인 미국 에너지 산업 구조 변화를 꾀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원유 시추를 장려하지만 현재 미국 셰일기업들의 생산량은 이미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이며, 신규 유정의 손익분기점이 $64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 유가를 고려하면 신규 투자는 제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장의 생산 증가보다 미국 정제시설을 경질유 처리에 적합한 설계로 전환해 셰일오일의 내수용 수요를 높이는 전략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기업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미국에서 시추한 원유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면 미국의 에너지 자립 달성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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