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한국 반도체, 이제 무엇이 필요한가

삼일PwC, ‘K-반도체 레벨업 방안’ 발간

삼일PwC ‘K-반도체 레벨업 방안’ 보고서 중 일부. 삼일PwC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 반도체 산업은 강점인 메모리 분야의 경쟁력을 살리면서 시스템반도체 설계(팹리스)·외주반도체패키징테스트(OSAT) 등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 삼일PwC가 발간한 ‘K-반도체 레벨업 방안’ 보고서엔 이 같은 내용이 실렸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과 반도체 산업 역사가 유사한 대만과의 비교·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양국 모두 1980년대 웨이퍼 가공을 시작하며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세계 점유율 2위(19%)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메모리 생산에 집중된 구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종합반도체기업(IDM) 중심의 효율적 생산이 강점이다.

하지만 설계, 후공정, 장비, 소재 등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한계다. 이로 인해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취약하고 이익 변동성은 크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대만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뿐 아니라 팹리스와 후공정도 함께 육성해왔다. 반도체 생산 전 단계에 여러 기업이 포진해 가치사슬(밸류체인) 균현이 잡혀있고, 이익 사이클 변동성도 낮은 편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대기업·민간 주도로 발전한 것과 달리,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이끌고 있다는 점도 차이다. 1973년 설립된 대만공업기술연구원은 세계 최대의 국책기술연구소로, 대표 반도체 기업인 TSMC와 UMC 모두 이곳에서 분사됐다.

보고서는 우선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유지를 위한 방안으로 △반도체 지원책의 조속하고 체계적 추진 △소재·장비·패키징 등 중소업체에 대한 대대적 지원 △기술개발 지원 및 외국기업 투자 유치 모색 등을 제시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등에 대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반도체 설계 기술 중요성 부각 △팹리스(반도체 설계) 수요 기업 육성 및 지역 거점 유치 △분야별 전문인력 확보 △리서치 기관이나 컨설팅 업체 등 반도체산업 전문 정보서비스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정재국 삼일PwC 기술·미디어·통신(TMT) 산업 리더(파트너)는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 반도체 경쟁국 모두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반도체산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혁신을 지속 중”이라며 “한국 정부도 국내 반도체 제조기반 및 생태계 강화를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mail]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