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수출 1.4% 증가 563억弗
반도체 등 호조에 14개월째 늘어
역대급 수출에도 우려 목소리 커
우리 경제를 사실상 홀로 이끌고 있는 수출이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규모가 1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월 수출 증가폭은 지난 7월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 시작 전부터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관세폭탄을 예고하면서 우리 수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등 호조에 14개월째 늘어
역대급 수출에도 우려 목소리 커
■14개월 연속 증가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한 563억5000만달러, 수입은 2.4% 감소한 507억40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56억1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으로 지난 2022년 기록한 역대 최대 수출실적(6836억달러)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1~11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대비 8.3% 늘어난 6222억달러로 이미 부진했던 지난해 수출액(6322억달러)에 육박했다. 산업연구원은 11월 25일 발표한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수출액을 6855억달러로 전망했다.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에서는 5개 품목에서만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들어 매 분기 증가하면서 1~11월 누적 기준으로도 1274억달러(45.4%)를 달성,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컴퓨터 수출도 세자릿수(122.3%) 증가한 14억달러로 11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면 2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6% 감소한 56억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의 11월 초 파업과 임금 및 단체협상 지연으로 완성차 업체로 부품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이와 더불어 11월 마지막 주 풍랑·폭설 등 기상악화로 수출차량 선적이 지연되면서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수출 증가율 감소세는 우려
문제는 수출 증가율이 4개월째 줄며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지난 7월 13.5%에 달하던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8월에는 11.0%로 떨어졌고 9월 7.5%, 10월 4.6%를 기록한 데 이어 11월에는 1.4%까지 하락한 것이다. 양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부정적 지표로 인식된다. 대중 수출은 113억달러로 5개월 연속 11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나 작년보다 0.6% 줄면서 9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대미 수출은 104억달러로 3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넘겼지만, 작년보다 5.1% 줄면서 15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이 끊겼다. 대중 수출의 경우 중국 경제 침체 영향이, 대미 수출은 자동차·일반기계 수출이 둔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되면서 일부에서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11월 28일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3·4분기 수출물량 감소를 들었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향후 우리 수출은 글로벌 AI 투자가 이어지면서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자급률·기술경쟁력 제고와 시장점유율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과 정유사 등 민간부문의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을 확대하고, 첨단 소재 등 수입도 늘려 미국과의 무역수지 균형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