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유권자 귀 사로잡은 '팟캐스트' 목소리 더 커진다 [글로벌 리포트]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1 18:54

수정 2024.12.01 19:50

2024 대선 발단 美 미디어 업계 지각변동
유명 팟캐스트 출연한 트럼프 존재감 키워
정치 무관심 청취자 주목 끄는 효과 뚜렷
"기성언론은 죽었다" 보수 논평까지 나와
CNN 등 진보 성향채널도 위기 상황 비슷
트위터 인수한 머스크, MSNBC 눈독
전문가 "미디어사업 정치화 심해질 것"
지난달 실시된 2024 미국 대선을 계기로 미국 미디어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두고 다시 내년 1월 백악관의 주인으로 돌아오게 될 예정인 가운데 그를 부정적으로 보도를 했던 케이블뉴스 채널이 흔들리고 있는 반면 팟캐스트들의 인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미국 대선은 사상 첫 팟캐스트 선거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두 대선 후보와 부통령 러닝메이트들은 각자 입맛에 맞는 팟캐스트에 출연함으로써 앞으로 미국 대선에서 이런 형식이 후보들에게는 빠질 수 없는 선거전략의 하나가 될 것임을 보여줬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출연했던 팟캐스트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팟캐스트 프로그램과 진행자들도 대선을 통해 확실하게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팟캐스트는 각종 여론이 난무하고 언론마저 양분화된 시기에 다른 매체는 할 수 없는 기능을 발휘했다. 과거 TV와 소셜미디어가 그랬듯이 이제는 팟캐스트가 주요 선거의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미디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美 유권자 귀 사로잡은 '팟캐스트' 목소리 더 커진다 [글로벌 리포트]

■미국인 1억명 주 1회 이상 팟캐스트 청취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선에 첫 출마를 했던 2016년 이후 미국의 월간 팟캐스트 청취자는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약 1억3500만명이 듣고 있다. 에디슨리서치의 조사에서 미국인 1억명 이상이 1주일에 적어도 팟캐스트를 1회 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청취율이 높은 5개 상위 팟캐스트 중 3개에 출연했다. 그의 당선에는 보수 성향의 팟캐스트 진행자들인 메긴 켈리와 터커 칼슨, 그리고 선거 직전에 트럼프를 지지한다며 힘을 실어준 인기 유튜버 조 로건이 기여했다.

트럼프는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간) 로건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JRE)'에 출연하기 위해 스튜디오가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직접 찾아갔으며 방송은 유튜브 접속이 현재 약 5210만회를 넘었다.

트럼프의 인터뷰 내용들은 소셜미디어 엑스(X) 등을 통해 빠르게 전달됐고, 신문들도 요점을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로건 같은 인기 팟캐스터들과 주저하지 않고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로건으로부터 JRE 출연 제의를 받았으나 오스틴으로 갈 수 없다며 다른 장소에서 진행하자고 한 것과 1시간으로 제한하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

해리스가 JRE 출연을 거부한 것과 달리 트럼프는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했다.

해리스가 NBC방송의 버라이어티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고작 90초 출연한 것과 달리 트럼프는 로건과 3시간 동안 1기 행정부 당시 후회했던 참모 임명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0년 대선 결과 불복 등을 소재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했으며 2년 전만 해도 트럼프를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비판하던 로건은 대선 하루전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면서 막판에 힘을 실어줬다.

로건은 유튜브 팟캐스트 구독자 1860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미국 미디어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튜브에는 로건이 주류 언론을 파괴시켜놨다는 제목의 동영상들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지난 2020년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기업인 앤드루 양은 해리스 부통령이 JRE에 출연하지 않은 것은 정치적 과실이라며 좋은 기회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대선 후보들이 미 CBS의 시사매거진인 '60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선전 효과를 거뒀으나 이제는 JRE를 비롯한 수많은 유튜브 팟캐스트 프로그램 출연이 필수가 됐다.

■팟캐스트, 자연스럽게 인터뷰 진행

팟캐스트 인터뷰는 편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미리 짜여진 대본이 없는 솔직한 대화가 이어지며 중단 없이 진행될 수 있어 출연자들의 진실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에 JRE에서 대마초를 피워가며 인터뷰를 해 놀라게 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저널리즘 교수 섀넌 맥그레거는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가진 인터뷰에서 "팟캐스트 출연이 CNN 같은 방송 인터뷰 보다도 후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청취자들은 여러 시간 동안 진행되는 팟캐스트를 통해 후보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후보들은 팟캐스트 출연으로 특정 청취자들을 공략할 수 있다.

또 팟캐스트를 듣는 청취자들은 이어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을 통해 혼자만의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한 조사에서 스트리밍 동영상보다 팟캐스트 오디오를 더 청취한다는 Z 세대와 밀레니엄 세대의 응답이 각각 94%와 66%로 나왔다.

언론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젊은층과 불만이 많은 유권자들을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해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올해 팟캐스트에 14회 출연했으며 이 같은 노력으로 그는 18~29세 남성 유권자들의 절반 이상으로부터 많은 지지표를 끌어 모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예전문지 벌처의 팟캐스트 전문가 니컬러스 콰는 트럼프가 팟캐스트에서 진행자와 잘 소통을 하면서 친밀감을 심어주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팟캐스트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반드시 정치나 시사의 문제만 다루지 않고 단순한 대화 또는 코미디쇼 성격도 띠어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팟캐스트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청취자들로 하여금 주목을 끌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진행자들도 정치인이 아닌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갖고 있다. 로건의 경우 19세에 미국 태권도 라이트급 챔피언을 차지했으며 코미디언과 이종격투기 UFC 해설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로건은 올해 미국 대선을 계기로 대박을 터뜨리겠다.

그는 지난 2020년 소포티파이와 3년반 동안 2억달러(약 279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에는 앞으로 3년 동안 2억5000만달러(약 3491억원)를 받기로 연장했다. 그의 팟캐스트는 유튜브와 애플팟캐스트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도 제공되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진보성향 정치매체 악시오스와 폴리티코 공동 창업자 짐 밴더헤이는 "조 로건은 어느 누구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인정했다.

■팟캐스트 영향력 확대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으로 판단한다. 머스크도 X에 "이제는 팟캐스트가 미디어다"라고 트윗했으며 보수 논평가 매트 월시와 폭스뉴스 방송인 숀 헤니티는 "레거시 미디어는 이제 공식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국 대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후보 토론회가 4년마다 공중파 방송으로 생중계되고 있지만 공화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주류 언론 대신 팟캐스트를 갈수록 선호하는 추세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래의 선거 운동에서 후보가 팟캐스트 출연을 거부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팟캐스트가 미래 선거 캠페인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 팟캐스트의 인기가 커지는 사이에 미국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

갤럽이 지난 10월에 공개한 조사에서 언론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31%로 첫 조사가 시작된 197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았다. 해리스 부통령의 낙선에 그를 뒷받쳐주던 진보성향의 뉴스채널 MSNBC와 CNN의 시청률은 감소를 겪고 있다.

CNN은 미국 대선날 시청자가 470만명으로 4년 전 대선의 910만명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닐센에 따르면 대선 이후 더 시청자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 이후 CNN의 하루 평균 시청자는 41만3000명으로 10월 평균보다 22% 감소했다. 황금시간대 시청자도 43%로 줄었다. 반면 보수성향의 뉴스채널 폭스뉴스는 하루 평균 시청자가 220만명으로 38% 늘었다.


■트위터 인수했던 머스크, MSNBC에 관심

최근에는 자산보유 세계 1위로 지난 2022년 트위터(현재의 X)를 인수했던 머스크가 MSNBC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인기 팟캐스터 조 로건 등 머스크와 친한 인물들은 MSNBC를 인수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


미디어 전문조사 기관 모펫네이선슨의 공동 창업자 겸 선임 애널리스트 크레이그 모펫은 "미디어 사업이 깊게 정치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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