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시대에 인구이동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요즘은 과거처럼 주말에만 인구가 몰리는 것이 아니라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이동하는 인구들로 넘쳐난다. KTX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지방 유명 축제나 관광지는 연중 연휴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런 현상을 보면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인구가 몰리는 특정 시간대와 공간에서 빚어지는 착시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기존 인구 개념의 변화를 동반한다. 즉 기존 '등록인구'에서 벗어나 특정 지역에 일정 기간 머물며 체류하는 사람까지도 포함하는 새로운 인구 개념의 필요성을 낳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인구 통계에 활용하고 있는 '생활인구'가 그것이다. 가령 한 축제에 참석해 3시간 이상 머물렀다면 '생활인구'로 집계된다. 생활인구는 정부가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해 마련한 새로운 지표이다. 특정 지역에 월 1차례,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을 인구에 반영해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살펴보겠다는 것이 정책 취지다.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올해 1월부터 석 달 동안 인구감소 지역 89곳을 오간 생활인구는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수준인 2000만명에 이른다. 그런데 인구감소 지역의 관광객 유입이 지역 생산과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니 여행 지출액이 1% 증가할 때마다 고용은 0.18%, 생산은 0.13% 증가했다. 지자체들이 생활인구 맞춤형 정책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이다.
생활인구 증가가 지역경제와 사회적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방소멸 위기와 관련해 생활인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생활인구는 주거인구 외에도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포함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공서비스 제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이런 생활인구 증가가 곧바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인프라와 자원 부담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생활인구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정책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생활인구의 정확한 측정이 과연 가능한지에 달려 있다. 생활인구는 주거인구와 방문인구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 특히 단기 체류자나 비정기 방문자를 포함하는 경우 더욱 복잡해진다. 생활인구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더 어렵다. 다양한 인구구성과 이동패턴을 고려해야 하는 등 정책 적용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활인구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정책과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아직 생활인구는 생소한 개념인 데다 이를 생활인구로 묶어 사용할 정도로 보편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정부 차원에서 인구감소 대응책으로 사용하기엔 갈 길이 멀다. 생활인구를 지방소멸의 위기 극복을 위한 기제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생활인구의 합리적 활용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재정지원 방안이 시급하다. 인구감소 지역의 지방교부세 중 보통교부세 산정에서 생활인구 수를 반영하는 등 실효성을 높이는 정책방안이 필요하다. 생활인구를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유지·확대하는 근거로 활용하면 제도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도 행정·재정적 특례 부여나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생할인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 생활인구가 앞으로 인구감소를 막는 주요한 도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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