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노부인이 거의 일주일째 대변을 보지 못했다. 전에도 간간이 변비가 있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대변을 보지 못한 적은 처음이었다. 노 부인은 갑자기 배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속이 느글거린다고 하면서 먹지를 못했다.
노부인의 아들은 어머니의 변비를 치료하기 위해서 민간에서 변비에 좋다는 약초를 구해왔다. 바로 대황(大黃)이었다. 대황은 원래 막힌 것을 잘 뚫어 주고 덩어리를 풀어지기 때문에 열성 변비에 먹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난리를 평정하는 효과가 있다가 해서 일명 ‘장군풀’이라고 부른다.
아들은 대황을 끓여서 어머니에게 드렸다. 노모가 한입 먹어 보니 맛이 매우 썼는데 그래도 아들이 변비에 좋다니 눈을 찔끔 감고 마셨다. 노모는 대황탕을 한 사발 마시자 배가 좀 아파졌고 장에 경련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시원하게 설사를 했다. 설사는 나오다 못해 맑은 물까지 나왔다.
아들이 “이제 어머니의 변비가 나은 것 같습니다.”라고 좋아했다.
그러나 노모는 설사를 한 후 변비가 전보다 더 심해졌다. 아들은 다시 대황을 더 많이 끓여서 드렸다. 그랬더니 더 심하게 설사를 하고서는 변비는 더욱 심해졌다. 노모는 배가 아파서 더 이상 못 먹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들은 어쩔 수 없이 노모를 모시고 약방을 찾았다. 아들은 의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의원은 “노인의 변비에는 원래 대황을 처방하면 안되네. 노인의 변비는 주로 진액이 부족한 것이 원인인데, 대황을 쓰면 심한 설사로 진액을 소모시키니 오히려 변비가 심해진다네. 대황처럼 강한 약 대신에 대장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해 줘야 하네.”라고 했다.
의원이 진찰을 해 보더니 “어머니는 장이 건조함으로 생긴 변비네. 이런 노인성 변비가 생기면 기가 가슴 속에 몰리면 배가 불러 오르면서 메스꺼워 먹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네. 기가 상기되어 정수리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깨끗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 이때 열성 변비에 사용하는 대황을 잔뜩 달여 먹였으니 진액이 소모되면서 증상이 오히려 악화된 것이네.”라고 했다.
아들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이 때 몇 가지 약재를 넣어 죽을 만들어 두어번 먹으면 하기가 되면서 굳은 대변 덩어리가 10여 개가 나온 다음 대변이 시원하게 나오게 될 것이네. 그럼 불편한 증상도 모두 사라질 것이네.”라고 했다.
의원이 건네 준 처방은 바로 차조기씨와 삼씨였다. 아들이 “이것을 어떻게 먹는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이것들을 각각 같은 양으로 해서 가로 찧어 물에 넣고 걸러서 즙을 짜내네. 여기에 멥쌀가루를 좀 넣고 죽을 쑤어 먹으면 되네. 변통이 되더라도 오랫동안 먹으면 더 좋다네.”라고 했다.
의원의 처방은 바로 일명 소마죽(蘇麻粥)이었다. 소마죽은 기를 잘 돌게 하고 대변을 잘 나가게 하는데 늙은이와 허한 사람이 풍비(風秘, 건조함에 의한 변비)와 혈비(血秘, 혈허로 인한 변비)로 대변 보기 힘든 것과 산후에 생긴 변비를 치료하는 처방이었다. 소마죽은 왕의 변비에도 처방될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아들은 재차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서는 노모를 모시고 집으로 향했다.
노모와 아들이 간 후에 의원의 제자가 묻기를 “스승님, 차조기씨를 처방하셨는데, 어떤 약재입니까?”하고 물었다.
의원은 “차조기씨는 자소자(紫蘇子)라고 하는데, 바로 자소엽의 씨앗을 말한다. 차조기씨는 기운이 치밀어 오르며 기침이 나는 것을 치료하는데도 좋고, 하기작용이 강해서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또한 폐기로 숨이 찬 데도 쓰고 목이 칼칼하여서 막히는 매핵기에도 좋다.”라고 했다.
그러자 제자가 “반드시 자소엽의 씨앗을 사용해야 합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차조기는 뒷면이 녹색인 것과 자색인 것이 있는데, 녹색인 것을 약으로 사용하지 않고 뒷면이 자색을 띠는 것을 약용해야 한다. 뒷면이 자색을 띠는 것을 자소엽(紫蘇葉)이라고 한다. 자소엽은 식중독에 의한 복통, 설사에도 다용되고 특히 여러 가지 생선이나 고기와 같이 국을 끓여 먹으면 좋다.”라고 했다.
제자가 다시 물었다. “마자인은 어떤 약입니까?” 의원은 “마자인은 대마의 씨를 말한다. 보통 의서에 화마자(火麻子)나 마자인(麻子仁)이라고 쓰여 있다. 마자인은 특히 대장에 풍열이 몰려 대변이 잘 나가지 않는 것을 치료하는 특효가 있다. 그러나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데 많이 먹지는 말아야 한다. 정기를 잘 나가게 하고 양기를 약해지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제자는 “마자인은 껍질이 있는데, 껍질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하고 묻자, 의원은 “마자인은 원래 껍질을 벗겨내고 약용해야 하는데, 껍질을 벗기기가 무척 어렵다. 껍질을 벗기는 방법으로 물에 2~3일 동안 담가 두었다가 껍질이 터진 다음 햇볕에 말려 기왓장 위에 놓고 비벼서 씨알을 받으면 된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제자는 “노인들의 변비에 좋은 다른 것은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노인의 변비에는 장을 촉촉하게 해주면 좋다. 그래서 우유를 졸여서 먹거나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먹으면 좋다. 또한 기(氣)가 돌지 않는 노인에게는 귤껍질과 살구씨를 함께 꿀로 반죽해서 환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폐는 대장의 짝으로 폐기가 약한 경우는 황기와 귤껍질, 마자인을 함께 가루내서 꿀에 버무려서 먹어도 좋다.”라고 했다.
제자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한의사들은 현재 껍질을 제거한 상태로 마자인을 약용하고 있다. 마자인은 대마의 씨앗이다. 껍질에도 소량이기는 하지만 환각 물질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껍질을 제거하고 사용해야 한다.
이 경우 한의사들은 합법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시중에는 햄프씨드라고 판매되는 것도 햄프종이란 대마의 씨앗인데, 껍질을 제거한 후 분쇄된 상태로 유통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마자인 대신에 햄프씨드를 이용해도 좋다.
노인의 변비에 함부로 설사를 시키면 안된다. 예를 들면 자극성 하제(下劑)를 자주 쓰면 설사로 인해서 대장은 더욱 건조해지고 변비가 심해진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고 식이섬유를 곁들여서 식사도 충분하게 해야 한다. 식이섬유는 말린 나물보다는 싱싱한 채소로 먹는 것이 좋다.
노인의 변비에 바나나도 좋다. 바나나에는 식이섬유의 일종인 펙틴이 풍부해서 젤 상태로 변하기 때문에 대장을 촉촉하게 해준다. 그래도 대장이 건조하면서 경련성 복통이 있으면서 변비가 심한 노인들에게 좋다. 다만 덜 익은 바나나에는 탄닌성분이 많아 오히려 변비가 심하게 하기 때문에 노랗게 잘 익은 것을 먹어야 한다. 평소 참마를 갈아서 마즙을 즐겨 마셔도 좋다.
노인의 변비는 무엇보다 장을 윤택하게 해야 한다.
* 제목의 ○○○은 ‘소마죽(蘇麻粥)’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동의보감> ○ 老人藏府秘澁, 不可用大黃, 緣老人津液少, 所以秘澁, 若服大黃, 以瀉之津液, 皆去, 定須再秘甚於前, 只可服滋潤大腸之藥更用. (늙은이가 대변이 굳어져서 잘 나오지 않는 데는 대황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늙은이가 진액이 적어져 변비가 생긴 데 대황을 써서 설사시키면 진액이 더 없어지기 때문에 변비가 더 심해진다. 그러므로 대장을 눅여 주고 좋게 하는 약만 써야 한다.)
○ 蘇麻粥. 順氣, 滑大便, 治老人, 虛人, 風秘, 血秘, 大便艱澁, 婦人産後便秘, 皆宜服之, 蘇子麻子, 不拘多少等分, 同擣爛, 和水, 濾取汁, 粳米末, 少許, 同煮, 作粥食之, 久服, 尤佳. 一老婦, 忽爾腹痛, 頭痛, 惡心, 不食, 正是, 老人風秘, 藏府壅滯, 氣聚胸中則腹脹, 惡心, 不欲食, 上至於顚則頭痛, 神不淸, 服此粥, 兩啜而氣泄下, 結糞, 十餘枚, 藏府流暢, 諸疾自去矣. (소마죽. 기를 잘 돌게 하고 대변을 잘 나가게 하는데 늙은이와 허한 사람이 풍비와 혈비로 대변 보기 힘든 것과 몸푼 뒤에 생긴 변비를 치료한다. 자소자, 마자인 각각 같은 양. 위의 약들을 짓찧어 물에 넣고 걸러서 즙을 짠다. 여기에 멥쌀가루를 좀 넣고 죽을 쑤어 먹는다. 오랫동안 먹으면 더 좋다. 어떤 늙은 부인이 갑자기 배와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워서 먹지 못하였는데 이것은 풍으로 대변이 막힌 것 때문이었다. 기가 가슴 속에 몰리면 배가 불러오르면서 메스꺼워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 기가 위로 정수리까지 올라가면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깨끗하지 못하다. 이 때에 이 죽을 두 번 먹으면 기가 빠지면서 굳은 대변 덩어리 10여 개가 나온 다음 대변이 시원하게 나오면서 여러 가지 병이 저절로 낫는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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