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이어 수출 등 실물경제 파장
기업들 "장기화 초점" 대응 분주
환헤지 등 환율 변동성 해소 주력
韓 경제 구조적 침체 불러올수도
트럼프 2기 대응력 약화도 '우려'
기업들 "장기화 초점" 대응 분주
환헤지 등 환율 변동성 해소 주력
韓 경제 구조적 침체 불러올수도
트럼프 2기 대응력 약화도 '우려'
정치 리스크라는 '후진국형' 악재가 환율·채권 등 금융시장에 이어 내수·수출 등 실물경제로 파급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대외신인도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리스크 대응은 물론이고 반도체 등 각종 산업지원 법안 처리도 올스톱이다. 한마디로 '리더십 실종' '정부 공백 사태'다.
■"사업계획 재검토…상황 예의 주시"
8일 수출업계 고위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계획 및 경영환경과 관련 "말 그대로 '시계제로'"라며 "(내년도 사업계획으로) 플랜B 수립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환율·증시 변동폭이 일시 확대된 바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단기악재가 구조적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시 및 외환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무역수지 악화가 시차를 두고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수출전선은 비상이다. 수출부진에 올해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비 0.1% 상승에 그쳤다. 대표적인 환율민감 업종인 석유화학업계와 철강, 항공업계는 사실상 '환율전쟁' 상황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환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향후 전개에 따라 사업계획 재검토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환율 및 원자재 가격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저가 철강제품과의 경쟁에서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일 것이란 우려가 크다. "미국 경제 우위에 기반한 강달러 여건이 지속됨에 따라 환율이 내년도에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게 국제금융센터를 비롯한 해외 투자은행(IB)들의 관측이다. 이미 항공·여행업계는 타격이 본격화됐다. 미국, 영국, 뉴질랜드,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의 한국여행 주의보 및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 항공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사태와 더불어 한국 여행 기피현상이 장기화된다면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율 수혜업종인 현대자동차그룹도 환율 변동성 확대, 내수침체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차증권은 내년도 환율전망을 달러당 1370~1450원으로 제시하고, "경기 하방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경기대응 실기 우려
더 큰 문제는 탄핵정국으로 경기하방 압력 대응은 물론이고 당장 다음달 출범하는 트럼프 2기 대응에 실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상회담 일정은 고사하고 이미 한미 재계 간 민간교류도 차질을 빚는 형국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는 내년도 한국 수출을 사실상 횡보상태인 1.8% 성장으로 전망하며,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 성장률이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 관세정책이 한국 수출전선의 최대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하나 세수부족 사태에 탄핵정국까지 더해지면서 경기대응, 산업정책 추진 등 정책 집행의 구심점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한 지원 감축 혹은 폐지설이 도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리스크'를 맞아 외로운 싸움에 몰렸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첨단산업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 각국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대응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지금은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산업부나 외교부에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대관조직을 중심으로 해결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주 52시간 적용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를 담은 반도체특별법과 '전력망확충법' 등에 대한 논의가 올스톱하면서 국가대항전으로 성격이 바뀐 첨단산업의 기업 경쟁력 악화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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