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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펀드로 빠져 나간돈 10兆 넘었다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4 05:00

수정 2024.12.14 05:00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월간 1조원 이상 급증
정치적 불확실성에 서학개미 발걸음 '분주'
신영증권 제공
신영증권 제공

[파이낸셜뉴스] 북미펀드로만 빠져 나간돈이 10조원을 넘었다. 1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사자 영향 트럼프 트레이드가 나타나면서 월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탄핵정국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재산 지키기 차원에서 '서학개미'를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북미펀드 1년 수익률 40% 육박
14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2023년 12월 29일 해외 공모펀드형 기준 북미 펀드 설정액은 11조7943억원으로 2024년 11월 29일 21조8145억원으로 증가했다. 10조202억원 증가다.
북미 펀드 수익률은 연초 대비 32.01%, 1년 39.63%, 3년 41.20%에 달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북미펀드는 S&P500지수, 나스닥 지수 등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일부 배당 주 펀드 펀드 등을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돼 10조202억원 증가했다"며 "2023년 6월 이후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해당 기간 동안 북미펀드 설정액은 총 11조1531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해외 펀드는 그동안 해외 펀드 성장을 주도해 왔던 해외 대체 투자 유형이 아닌 해외 주식형 펀드, 해외 재간접형 등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성장률 기준으로 2018년~2022년 사이 국내 펀드 설정액 증가율은 평균 7.9% 증가했다. 해외펀드는 같은 기간 평균 17.7% 증가했다. 2019년에는 해외펀드 성장률이 33.0%에 달했다. 성장률뿐만 아니라 설정액 증가 규모로도 한 해 동안 49조4000억원 증가하며 49조2000억원 증가한 국내펀드보다 2000억원 많았다.

2020년 이후 해외펀드 성장률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12.6%, 2021년 17.1%, 2022년 9.0%, 2023년 8.7% 성장에 그쳤다. 하지만 2024년은 전년도 대비 두배 수준인 16.7% 성장했다.

오 연구원은 "해외 증시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해외 주식형을 비롯해 해외 재 간접형, 해외 파생상품형 등의 유형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라며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로 해외 ETF(상장지수펀드)를 비롯해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 증가가 있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증가 규모는 2007년 이후 최대 수준인 2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추진과 미국 우선주의 등으로 인해 국내 증시보다는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지속될 것으로 봐서다.

K주식, 삼성전자 실적 부진에 약세도 '한 몫'
신영증권은 올해 국내 증시가 상반기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들어 미국의 경기침체 및 반도체 업황 우려 등으로 약세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통화 정책 변경에 따른 유동성 마찰로 8월 한때 급락세가 연출이 이를 방증한다.

이후 FOMC의 금리 인하와 중국 경기부양책 발표 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과 고금리 부담 등으로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우려가 지속되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트럼프 트레이드가 나타나면서 하반기 내내 약세가 지속됐다. 11월 29일 기준 코스피, 코스닥은 각각 전년말 대비 -7.5%, -21.7% 를 기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글로벌 증시 대비 코스피가 디커플링하고 있는 것은 정책, 기업이익 모멘텀의 부재"라며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안정으로 급변동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정책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가상자산 과세유세, 상법 개정 등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의 시중 금리 상승 우려, 미국 수입 물가 우려, 관세 시행 가능성, 2024년 4·4분기 빅배스 및 2025년 기업이익 추정치 하향 등으로 코스피 약세 흐름 지속을 예상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이런 부분들이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다는 전제"라면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프랑스의 연금개혁 시위처럼 프랑스 국채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드리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와 독일 국채는 동급으로 여겨졌는데 최근 프랑스 국채 금리가 독일 대비 50bp(1bp=0.01%) 높아졌다. 한국 국채 금리는 아직 튀지 않고 있지만, 정치적인 불확실성 장기화는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우리 주식시장은 신음하고 있다. 1400만 투자자 중 다수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에 처해있다"며 "증시 장기 침체는 주식투자자 국민은 물론이고 기업 및 자영업자 환경 악화로 내수 침체를 부추기고 세수 감소도 불가피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적이고 슬픈 표현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정치로는 싸워도 경제 이슈는 협치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정치 위기가 장기화되거나 정치적 분열이 지속돼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또는 재정 관리가 약화될 경우 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비상계엄이 빠르게 해제됐지만 선포됐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적 위험에 대한 투자자 인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최근의 사건들이 정치적 체제 내의 긴장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 퇴진에 대한 정치권과 대중의 압박으로 당분간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지속적으로 높은 재정 적자로 정부 부채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여서 중기적으로 신용 등급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 경제가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국내 부동산 부문 약세의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최근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0%로 하향 조정한 바 있는데 정치적 변동성으로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레이팅은 이번 사태가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계엄이 한국 신용도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했지만, 장기화될 경우 부정적 전망이 붙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앤디 리우 S&P글로벌 전무는 "계엄령 선포 이전에는 이러한 정치적 문제에 대한 한국의 리스크가 기업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기업들은 공급망, 재무, 정책 리스크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정치적 혼란이 추가로 발생하고 적시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요 법안 처리, 취약한 경제 성장 전망, 어려운 지정학적 환경, 인구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제약을 포함한 수많은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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