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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직면한 안보위기, 발칸의 화약고는?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4 06:00

수정 2024.12.14 06:00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한 지역의 안보위기가 다른 지역에까지 영향 미치는 지정학적 융합 시대 
 -기나긴 투쟁과 도전의 역사 가진 세르비아, 유달리 국민적 안보 관심 높아 
 -안보가 그냥 지켜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와 경험을 통해 체득해 와 
 -북한군 용병 러-우 전장에 지원 파병으로 국민적 안보 관심 한반도로 확장 
 -국익과 안보에 관한 깨어있는 문제 인식, 세르비아 사회 전반에 내재화 돼 
 -안보에 관심, 처절한 노력이 국가생존 지킨다는 역사적 교훈 새긴 세르비아 
 -김정은 북한, 전쟁 준비 박차... 6·25 겪었던 한국, 역사의 비극 잊지 않아야 
 -북한군 유라시아 전선 배치로 지정학적 융합 당사자된 한국, 현실 직시해야 
 -한국, 지정학적 융합 상황 고강도 이해 정책화...안보·국익 수호에 매진 시기 
 -한-유럽 협력 대상에 세르비아 포함, 경제·안보에 다양한 선순환 창출될 것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한 지역의 안보위기가 다른 지역에까지 빠르게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융합(geopolitical convergence)’이 현실화되면서 전 세계가 안보 리스크 허리케인에 휩싸인 상태다. 이 시점에 1차 세계대전의 화약고였던 세르비아에 주목하는 것은 교훈과 성찰을 통해 안보 인식을 다지는 차원에서 한국에게도 의미가 있다.

세르비아는 발칸반도 중심에 위치한 국가로 인구는 약 700만 정도다.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 출신이 세계 테니스를 석권하기도 했다. 노박 조코비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40위권 수준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에서 주목되는 국가다. 세르비아의 잠재력을 주지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이미 세르비아와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수도는 베오그라드로 과거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수도이기도 했다. 세르비아는 유달리 안보 관심이 높은 국가인데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지원 파병으로 그 관심이 한반도로까지 확장되었다. 국민적 안보 관심 없이는 안보 달성이 어렵다는 점에서 세르비아의 안보 관심은 한국도 참고할 만하다.

세르비아 국민의 안보 관심은 국가생존을 위해 처절할 정도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면서 안보가 그냥 지켜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와 경험을 통해서 체득하여 이것을 내재화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는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지금의 세르비아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현재의 세르비아는 1817년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 1918년 유고슬라비아 왕국 수립, 1944년 유고 사회주의 연방 중 하나로 세르비아 인민공화국 건국, 1991년 유고 내전 발발, 1992년 유고슬라비아 연방 수립, 1998년 코소보 전쟁, 2006년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연합해체 후 독립이라는 기나긴 투쟁과 도전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하고 있다. 2008년에는 코소보도 자치주에서 분리되어 독립하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궤적에 총성이 끊이질 않았다. 1992년에서 1995년까지 치러진 보스니아-세르비아 내전에서는 극한의 민족 갈등으로 치열한 전투가 전개되어 세르비아 군인 2만 명이 전사하기도 했다. 코소보 전쟁 중인 1999년에는 나토가 현재의 세르비아 수도인 베오그라드 소재 방송국을 폭격하여 16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치열하고 처절했던 역사는 사회 전반에 안보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매개체가 되었다.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 암살 사건은 세르비아 민족주의 단체 소속 청년에 의해서 자행된 것도 전쟁과 안보의 상관성을 각인시킨 역사로 남아있다.

나아가 앞으로도 그냥 있어서는 국익과 안보를 지켜낼 수 없다는 깨어있는 문제 인식이 지금도 세르비아 사회 전반에서도 내재화되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고민과 도전 속에서 세르비아는 자신의 정체성과 철학에 대한 원칙을 찾아가는 중이다.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친러시아 성향의 기조가 있지만 이와 동시에 친서방 시장경제와 자유 원칙에도 관심이 높아서 EU 가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세르비아가 북한군 파병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국민이 안보에 관심을 갖지 않고 처절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생존이 어렵다는 사실을 역사적 교훈을 통해 잘 주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는 지정학적 변동 속에서 수많은 전선의 중심지대에 서게 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지정학적 변동을 또 다시 추동하는 기제를 창출시키고 있다. 나아가 저 멀리 한반도에서 유라시아 전선으로 달려온 북한군을 이러한 지정학적 기제 변동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역사의 비극을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6·25전쟁을 겪었던 한국에게도 마찬가지다. 특히 김정은의 지시로 전쟁 준비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이기에 이러한 안보 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는 중요하다.

더불어 한국도 북한군의 유라시아 전선 배치로 지정학적 융합의 당사자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할 것인지 아니면 임시처방으로 헤징할 것인지는 직면한 숙제다. 세르비아는 역사를 통해서 지정학적 기제의 엄중함을 내재적으로 인식하였기에 북한군의 유라시아 전선 배치에 대한 지정학적 융합 환경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 한국도 지정학적 융합 상황에 대한 고강도 이해로 이를 정책화시켜 안보와 국익을 지켜내는 데 매진해야 할 시기다. 한국과 세르비아의 외교안보 협력이 한층 제고된다면 지정학적 융합 기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강조되고 있는 한-유럽 협력의 대상에 세르비아를 적극적으로 포함한다면 남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9월 26일 한-세르비아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개시를 선언했고, 10월에는 한국 기업이 태양광 프로젝트 수주 계약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협력의 교두보가 만들어진 만큼 안보협력도 동시에 추진하면 다양한 성과 도출이라는 선순환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한-세르비아 협력을 통해 역사를 상기하며 안보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기회도 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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