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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미국금리와 정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7 18:23

수정 2024.05.07 18:23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 금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리 수준에 따라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리 움직임이 이상하다. 물가 등 경제적 이유로 금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의 정치 이슈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바이든 정부는 손상된 미국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됐고, 연방준비제도도 양적완화(QE)를 통해 막대한 돈을 풀었다.
이런 노력으로 실업률이 낮아지고 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가라는 복병을 만났다. 코로나 기간 중 물류망 붕괴, 원자재 수급 불균형 그리고 미국 정부와 연준의 돈 풀기가 물가를 자극했다. 2022년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 대비 7.5%에 이르렀다. 3월에는 8.5% 그리고 6월에는 9.1%로 치솟았다.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리기 시작했다. 0.25%였던 금리를 2022년 3월 0.5%로 올렸다. 이후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려 2023년 6월에는 5.5%까지 끌어올렸다. 연준의 극약처방으로 물가가 떨어져 2024년 3월 3.5%가 되었다. 하지만 목표치인 2%에는 미치지 못했다.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리자 미국 정부가 초조해졌다. 고금리로 미국 경제가 경색될 수 있어서다. 이것은 바이든 정부의 인기 하락을 의미한다. 이 문제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해결했다. 연준이 고금리로 회수하는 유동성보다 더 많은 재정지출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2023년에는 재정적자를 1조6950억달러로 늘렸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6%다. 건전재정의 마지노선인 3%에 비해 너무 높다. 방법 또한 교묘했다. 1년 미만의 단기채(T-bill)를 발행했다. 단기채란 이자가 없는 국채를 말한다. 그 대신 가격을 깎아 준다. 2년물 이상의 중·장기채는 이자 부담이 있다. 또한 중·장기채 공급은 금리를 올려 연준의 고금리에 더해 시장금리를 폭등시킬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몰 수 있다. 이것을 피하는 방법이 단기채 발행이었다. 하지만 단기채는 상환기간이 짧아 언젠가 중·장기채로 갈아타야 한다. 이때 금융시장에 타격을 준다. 그럼에도 단기채 공급량이 전체 국채의 22%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그 비중을 15% 수준으로 낮추라고 경고한 이유다.

연준은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축소하려 하고, 미국 정부는 유동성을 늘리려는 이유는 2024년 11월에 있을 대통령선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유동성 공급으로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연준이 금리인하를 해주면 서민경제도 보호할 수 있어 재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준에 금리인하를 주문하는 이유다. 트럼프는 선거 전 금리인하를 막으려 하고 있다.

연준 의장 파월이 난처하다. 2024년 5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의 고민이 보인다. 종합하면 1)끈적한 물가로 금리를 동결한다. 2)현재의 금리가 충분히 높아 금리를 더 올리지는 않는다. 3)금리는 오직 물가 데이터로 결정한다. 4)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없다. 5)양적긴축(QT) 속도를 완화하겠다. 파월은 바이든을 향해 금리를 더는 올리지 않을 것이며 양적긴축 속도를 조절해 시장금리를 조금 낮추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물가로 인해 금리를 내리지 못할 수 있음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이런 흐름을 예상한 옐런이 대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발행된 2년 이상의 국채를 매입(buy back)하는 거다. 이렇게 하면 시중의 중·장기채 금리를 일시적으로 내릴 수 있다. 파월과 옐런 두 사람 모두 금리를 중심으로 고도의 정치적 행동을 하고 있다.
파월은 한편에선 바이든을 달래고, 다른 한편에선 트럼프를 달래고 있다. 옐런은 대놓고 바이든 재선을 위한 금리정치를 하고 있다.
금융시장만 혼란스럽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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