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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국 공세에 쿠팡 적자, 대응책은 혁신뿐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8 18:25

수정 2024.05.08 18:25

6분기 연속 흑자 행진에 제동 걸려
더 좋은 서비스와 품질로 맞대응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지난 2021년 3월11일(현지시간)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지난 2021년 3월11일(현지시간)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로켓배송을 앞세워 국내 유통업계 최강자로 올라선 쿠팡이 1·4분기 실적에서 낭패를 봤다. 쿠팡의 1·4분기 영업이익은 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677만달러)보다 61% 줄었다. 중국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의 한국 시장 공세 여파로 추정된다. 설마 했던 게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쿠팡의 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2022년 3·4분기의 사상 첫 분기 흑자전환 이후 처음이다. 당기순손익은 2400만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4·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이어진 순이익 흑자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쿠팡의 1·4분기 당기순이익을 1300억∼1500억원으로 추정했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를 본 것이다. 예상을 벗어난 '어닝 쇼크'(실적 충격)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실적발표장에서 경영악화의 배경으로 중국발 위기를 꼽았다. 쿠팡뿐 아니라 다른 국내 유통업체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 의장은 중국 커머스 업체의 공격적 경영에 고객들이 클릭 한 번으로 경쟁사로 옮겨 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의장이 내놓은 해결방안은 최고의 상품과 가격 그리고 서비스다.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이 한국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쿠팡의 5.5배, 37.7배에 이른다. 시가총액은 530조원으로 쿠팡(56조원)의 10배에 육박한다. 핀둬둬홀딩스 시가총액도 269조원으로 쿠팡을 압도한다.

단순히 저가만이 무기가 아니다. 품질까지 한국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소비자의 판단이 서면 하루아침에 시장 지배자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싸고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마다할 고객은 없다. 애국 소비주의에 기대는 것은 과거 유물일 뿐이다. 쿠팡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은 더 좋은 서비스와 제품으로 맞서야 한다. 매우 어렵고도 긴 싸움이 될 것이다.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과감한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김 의장은 한국산 제품 구매·판매액을 지난해 130억달러(약 17조원)에서 올해 160억달러(약 22조원) 이상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공습에 거액의 투자로 맞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투자 확대만으론 이기기 어렵다. 국내 업계는 적자를 감내하며 투자를 하는 '계획된 적자'를 이어왔다. 이제 수익을 거두는 안정기에 접어드나 싶었는데 중국 변수를 만났다. 혁신이 병행되지 않고서는 난국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대공세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만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몰에 납품하는 중소 제조업체의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 정부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은 없는지 고심하기 바란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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