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 표준약관 마련 진통

      2000.06.25 04:42   수정 : 2014.11.07 14:13기사원문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금융거래가 급증하면서 표준약관 제정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그러나 해킹 등의 사고로 발생한 책임 소재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은행연합회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전자금융거래 표준약관’이 당초 목표인 올 상반기 제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표준약관 시안을 마련,최근 공정위에 제출했으며 공정위는 7월중에 약관심사자문회의를 열어 이 안을 심사할 예정이다.그러나 공정위는 공정위대로,은행들은 은행대로 핵심사안인 해킹사고 발생시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부분에 대해 양보하지 않고 있어 표준약관 승인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공정위 입장= 고객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은행이 사고의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해킹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우선 시스템 제공자인 은행이 책임을 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따라서 은행측이 해킹 사고에 대비해 보험을 들거나 수수료의 일정분을 적립해 구상권을 행사하면 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공정위 이동욱 소비자보호국장은 “고객은 선의의 입장에서 수수료를 내고 시스템을 이용한 것뿐인데 사고책임까지 고객이 지도록 한다면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은행 연합회의 입장대로라면 표준약관을 제정할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공정위는 일단 은행연합회 안과 공정위 안을 함께 약관심사위에 올릴 예정 계획이다.

◇은행연합회 주장=은행들은 “은행도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해킹사고를 은행이 책임진다면 일부 고객들이 이 제도를 악용,인증시스템을 고의로 누출하는 등의 사례를 방지할 수 없다”며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친구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준 뒤 계좌이체를 하도록 하고 사고가 났다고 신고하면 은행들이 이를 어떻게 감당하라는 말이냐”며 “거래자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따라서 미국의 경우처럼 아예 관련법을 제정해 사고시 국가도 일부를 책임지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우 은행간 공동결제망 없이 자기은행 시스템에서만 전자금융거래를 하는데다 거래한도도 500∼2만5000달러 정도로 우리나라의 10억원에 비해 훨씬 적어 위험부담이 적다.

미국의 전자자금이체법은 해킹사고시 책임은 대부분 은행이 지며 고객은 최고 50달러 정도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 hbkim@fnnews.com 김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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