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쓸한 국내 골프대회 우승자

      2000.06.26 04:42   수정 : 2014.11.07 14:13기사원문

지난 6월 4일 전 신문과 방송은 박지은(21)으로 1면과 스포츠면을 도배하다시피 다뤘다.미 LPGA투어 케이시 아일랜드 그린스닷컴 LPGA클래식에서 프로데뷔 후 첫승을 기록한 박지은의 우승은 골프를 모르는 국민들에게도 분명 화젯거리요 관심거리였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골프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미국 여자골프계는 한국 골프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관심도 없었고 알 필요성도 없었을 것이다.

골프 후진국 한국이 골프 본고장인 미국에서 뜨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박세리가 메이저 2승(미 LPGA선수권,US여자오픈)을 포함 4승을 거두면서부터.박세리는 지난 해 또다시 4승을 기록했다.여기에 김미현이 2승을 보태고 올해는 박지은이 우승 대열에 합류했다.

그런데 바로 전날 레이크사이드CC에선 국내 남자 메이저대회급에 속하는 현대모터마스터스대회가 끝났다.최광수(40·우정힐스CC)가 연장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2년만에 국내 무대 정상에 복귀했다.

하지만 국내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은 이를 외면했다.1면 사진에서부터 스포츠면이 온통 박지은으로 채워졌을 때 최광수의 우승은 구석에서 겨우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취급됐다.물론 사진 한장 들어있지 않았다.

이 대회 우승 이후 사석에서 최광수를 만났다.처음에는 해외대회 우승만 중요하냐는 말을 꺼내려고 작심한 듯 보였으나 끝내 참았다.

이 자리를 함께했던 골프계 인사들은 국내 골프의 싹을 자르는 처사라며 입을 모았다.아무리 박지은의 우승이 최광수의 그것보다 뉴스 가치에서 앞섰다하더라도 너무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국내 골프대회가 활성화되지 못하면 스타플레이어가 나타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해외 대회 우승자만 대접 받는다면 과연 누가 국내 대회를 주최하겠는가.또 좀 한다하는 선수들은 국내 무대를 등지고 모두 해외로 떠나지 않겠는가.

국내 여자골프대회는 벌써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미 LPGA투어 진출이 안되면 일본LPGA투어라도 나가려고 하고 있다.지난 해 아마추어 여고 2년생으로 오픈대회 2승(삼다수여자오픈,신세계여자오픈)를 기록했던 임선욱이 내년 시즌 미 LPGA투어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올 스포츠투데이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했던 강수연(랭스필드)도 오는 10월 미 LPGA투어 프로테스트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국내 톱프로들은 다들 이런식으로 국내 무대를 떠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별 볼 일 없는 국내 무대를 하루라도 빨리 떠나 더 크고 넓은 무대로 나가 뜻을 펴겠다는 것.이를 방치했다가는 국내 골프대회는 활성화되기도 전에 고사하고 말 것이다.골프대회 활성화 없는 골프발전은 그야말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스타플레이어 없는 골프계 발전도 생각할 수 없다.

제 2의 박세리,김미현,박지은의 발굴과 육성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 jdgolf@fnnews.com 이종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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