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본 금융구조조정 2

      2000.06.29 04:43   수정 : 2014.11.07 14:09기사원문

‘일본계 자금의 한국 증시 유입 기대’는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질 때마다 튀어나오는 단골메뉴다.한국 정부는 지난 92년 증시 개방 이후 일본자금 유치를 위해 과거 투자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송금문제, 자계좌(Sub Account)허용, 자본이득세 폐지 등의 조치를 잇달아 취했지만 일본계 자금 유입은 번번이 물거품이 됐다.

게다가 일본 금융기관의 통폐합과 한국의 외환위기로 국내에 진출해 있던 일본계 금융기관 지점이 대거 철수하면서 한국주식 전문가와 정보부족 현상을 초래했다.

또 제도적인 면에서 큰 제약 요인은 풀렸지만 아직 유상증자 참여 제한, 한일 간 결제기간 차이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이때문에 까다롭기로 정평 있는 일본투자가들의 발길이 주춤거리고 있다.

일본인은 1300조엔에 달하는 개인 금융자산의 약 60%를 0.1∼0.2% 수준의 금리밖에 주지 않는 우체국이나 은행에 맡길 만큼 체질적으로 리스크를 꺼린다.일본 증권사들은 2000년과 2001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106조엔의 우편 정액예금 가운데 14조엔 정도는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것으로 군침을 흘렸지만 이들 개인 금융자산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어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 됐다.

90년대 거품붕괴에 따른 주가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던 일본의 기관투자가들 역시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일단 투자를 회피한다.노무라(野村)에셋매니지먼트투신의 김정욱부장은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일본의 투자자금이 ‘격동적’으로 변하는 한국 증시에 본격 유입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국주식이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지수에 편입돼야 일본 자금의 한국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생명보험·신탁은행과 함께 일본의 3대 기관투자가인 투자신탁의 경우, 지난 4월말 현재 외화표시 순자산은 주식 1조679억엔, 공사채 1조8,993억엔 등 총 3조2,710억엔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 대한 투자는 주식 232억엔, 예금증서 7억2,000만엔 등 고작 245억엔에 머물렀다.

일본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노무라투신이 외환위기 전에 설정한 한국주식 투자펀드(오로라펀드)의 규모는 15억엔 정도에 불과하다.

오세정 대우증권 도쿄지점장은 “한국주식의 MSCI 월드지수 편입 비중이 3%만 돼도 일본 기관투자가들의 한국주식 투자 규모가 지금보다 약 30배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편입시기에 대해 “한 달 뒤가 될지 아니면 2년 뒤가 될지는 앞으로전개될 금융개혁 성과에 달려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iychang@fnnews.com 장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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