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발걸음 빨라진다

      2000.06.30 04:43   수정 : 2014.11.07 14:06기사원문

채권시가평가제 전면실시를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범금융권의 잠재 부실현황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은행,투신사 등 각 금융기관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부실이 많거나 자산 운용실적이 나쁜 것으로 드러난 금융기관은 고객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실이 많은 일부 은행은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통합되고 일부 투신운용사는 퇴출의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범금융권 부실내역 발표 배경과 관련,각 금융권의 건전성 정도와 이들이 운용하는 신탁자산의 부실내역을 낱낱이 공개해 대고객 신뢰를 되찾도록 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지만 은행,투신사 등 금융권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려는 목적도 동시에 담고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그러나 금감원이 이번 발표의 목적을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은 은행,투신사 등의 잠재부실이 크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하는 의혹의 시선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범금융권 잠재부실 발표배경=금감원은 이번 발표의 목적을 크게 두가지로 요약했다. 각 금융권의 숨은 부실을 공개,금융권 신탁자산의 대고객신인도를 끌어올리고 나아가 부실이 많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케 한다는 목적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금감원은 잠재부실이 많은 은행에 대해서는 곧 도입될 금융지주회사 밑에 묶어 통합한다는 구조조정원칙을 공식 천명했다. 또 이 경우 잠재부실이 많아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중은행 4∼5곳 중 최소한 2∼3개 은행이 통합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투신운용사 대책과 관련해서도 일단 대우채 처리과정에서 부실화된 곳에 대해서는 초저금리의 유동성을 지원,경영정상화를 유도키로 했다. 금감원관계자는 그러나 투신운용사의 경우 1일부터 주요 펀드수익률을 낱낱이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운용실적이 나쁜 몇 개사에서는 고객 이탈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일부는 퇴출이 불가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투신상품 대고객신인도 얼마나 회복할까=그러나 이번 금감원 발표의 약효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투신사가 고객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쓴 이른바 ‘연계콜’ 등은 부실발표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잠재부실규모를 축소하려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자본잠식회사가 연계콜을 썼다면 이는 갚을 돈이 없는 상황에서 고객돈을 차입한 결과가 되기 때문에 이 역시 부실로 간주돼야 하는데 발표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대한투신의 경우 공적자금 투입을 전제로 연계콜 문제 등을 모두 해소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현대투신 자본확충문제와 관련해서도 현재추진 중인 외자유치 및 정몽헌 회장이 맡긴 1조7000억원 담보를 활용,향후 추가 대책을 마련케 한다는 전제로 연계콜 등을 부실에서 제외했다.
다른 일부 투신운용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요 펀드별 잠재부실이 상세히 공개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신상품 수익률 비교공시가 파장 더 클 듯=금융전문가들은 각 금융권에 대한 잠재부실 내역보다 1일부터 이뤄질 100억원 이상 주요펀드의 수익률 비교공시가 시장에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신운용사별 부실에 대해서는 정부가 초저금리의 유동성을 지원할 방침이지만 특정회사의 수익률이 나쁜데 대해서는 도와줄 방안이 없다”며 “수익률 비교공시가 이뤄지면 투신운용사별 우열이 더욱 확연해지고 각 투신사 운용능력이 고객들의 심판대에 올려질 것이기 때문에 실적이 나쁜 회사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익률 비교공시가 이뤄지면 규모가 큰 펀드일수록 수익률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따라서 대형펀드를 많이 운용하는 큰 투신사보다 소형펀드를 갖고 있는 군소투신운용사들이 더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fncws@fnnews.com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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