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전야 스케치

      2000.07.11 04:46   수정 : 2014.11.07 13:56기사원문

파업전야인 10일 노·정은 3차 심야협상까지 벌이며 막판 극적 타결을 시도했다..

이날 노·정은 각각 전면파업과 강경대응 방침을 전제로 하루종일 ‘힘겨루기’를 벌여 3차 협상도 결국 상호 명분쌓기에 그친 셈이다. 은행들도 일말의 타결가능성에 기대를 버리지 않았으나 대세는 파업쪽이라는 판단 아래 예금이탈을 막고 업무공백을 메우기 위한 긴급대책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강경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국민·주택·한빛·조흥·외환은행은 본점직원들의 파업불참 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에 주력했다. ○… 조흥·한빛·외환·제일·서울·국민·주택·신한·하나·한미·평화·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14개 은행 행장은 10일 오전 은행연합회에 모여 은행 파업사태 확산에 대비해 각 은행이 지역별로 거점 점포를 선정하고 필요한 경우 은행공동 거점 점포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또 창구혼잡으로 인해 영업시간 연장이 필요하면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영업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파업 대체 인력을 최대한 확보,고객이탈을 방지하는데 주력했다. 한빛은행은 지난 8일 ‘파업대책반’ 구성과 함께 비조합원 등 4400여명의 대체인력을 확보, 전국 684개 영업점 정상영업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지난 7일 ‘파업상황반’을 꾸민데 이어 4300여명의 가용인력을 확보한 조흥은행은 464개 영업점의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파업에 불참키로 한 한미은행은 노조측의 기습파업에 대비, 거점지역 중심의 영업망 가동 시나리오도 마련했다.신한·하나은행은 다른 은행 파업으로 고객이 한꺼번에 창구에 몰릴 것에 대비해 시재금 확보, 전산망 점검에 적극 나섰다.

한편 조흥·한빛·외환·서울·산업·기업은행 등도 10일 본점 노조원들이 파업불참을 결의했다고 해당 은행들이 밝혔다.이로써 본점 노조원들이 파업불참을 결의한 은행은 주택·국민은행을 합쳐 8개로 늘어났다.그러나 노조측은 이를 부인했다.

○…금융노조 중앙집행부와 각 지부는 10일 총파업에 대비한 막바지 준비작업에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오후10시에 열린 3차 협상도 타결보다는 결렬쪽에 비중을 두고 11일 파업에 대비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일과후 조합원들이 일제히 휴가원을 제출하고 서울지역 8곳에 분산 집결, 총파업 출정 결의대회를 가진후 본대열에 참가토록 하는 파업지침을 전국 7000개 분회에 하달했다.파업 철야전야제를 위해 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은 10일 늦은 밤 연세대로 집결, 진입을 시도했다.학교측은 시설물 보호를 위해 이들의 학교 진입을 저지했으나 학생들이 노조원들의 학교 진입을 도왔다.노조는 전국에서 약 5만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이 이동할 차량과 음식조달 작업등 제반 작업을 끝마쳤다. 지방은행들의 경우 서울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들과 짝을 이뤄 조합원들이 식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각 지방노조는 업무가 끝나는 오후5시부터 비조합원들에게 업무인수인계 작업을 끝마치고 저녁8시께부터 대중교통을 이용, 일제히 상경길에 올랐다. 이석주 부산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10일 밤 연세대에서 집결하고 11일 아침에는 파업 본대열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최후의 담판과 별로도 파업 강행시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노사정위원회는 노·정간 3차 협상 자리를 마련하는데까지 성공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자 허탈한 모습. 그러나 11일에도 협상은 계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날 오전10시 김대중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긴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조,원칙없는 타협을 경고했다. 이어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호소문에서 “노조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세찬 시련을 맞을 것”이라며 “국민의 불편을 담보로 한 불법파업은 법질서 수호차원에서 엄중 대처하겠다”고 못박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파업이 강행돼도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2∼3개 은행을 제외하고는 우려할 만한 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은행 전산실에 경찰병력을 투입,전산망 보호에 본격 나섰다.


○…이날 은행창구는 평소보다 붐볐으나 파업대비 고객이 예상한만큼 많이 쇄도하지는 않았다. 한미은행 관계자는“평소보다 10∼20%가량 고객이 늘긴 했으나 별다른 동요는 없다”며 “내일 이후가 문제”라고 말했다.하나은행 관계자도 “법인들은 이미 필요한 자금확보나 결제를 마쳤고 개인들도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일부고객이 은행을 찾고 있으나 창구혼잡은 예상보다 덜한 편”이라며 “다만 현금인출기(CD)나 현금입출금기(ATM)를 통한 현금인출이 많아 현금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 임대환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