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해프닝…퇴출기로에-중앙종금·제주銀 운명

      2000.07.20 04:49   수정 : 2014.11.07 13:46기사원문

서로 손을 잡고 활로를 찾으려던 중앙종금과 제주은행의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이들 금융기관의 운명이 매우 위태로워졌다.

이들은 합병계획을 백지화하고 제각각 살길을 모색키로 했으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중앙종금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경영실사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나 홀로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IS 비율 8%는 종금사 퇴출여부를 가르는 하한선이다.

◇험난한 합병 노력 결국 수포로=합병에 ‘필사적인’ 애착을 갖고 있던 중앙종금의 험난했던 합병 노력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중앙종금 관계자는 20일 “제주은행측에서 합병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통보를 해왔다”고 공식 확인했다. 제주은행이 ‘파혼’ 선언을 한 것은 심한 자금난에 몰린 중앙종금과 합칠 경우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이미지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합병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도 제주은행이 등을 돌린 이유가 됐다.

이로써 중앙종금 김석기 사장은 다시 한번 시련에 부딪히게 됐다. 김사장은 금융당국이 중앙종금·제주은행간 합병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자 지난달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정지택 기회예산처 예산관리국장을 부회장 겸 제주은행과의 합병추진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배수진을 쳤다. 그는 취임 후 적자를 내던 중앙종금을 흑자(99 회계연도 822억원)로 돌려놓았지만 이번에는 결코 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기로에 선 중앙종금과 제주은행=중앙종금은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독자적인 자구책을 수립하고 있다. 중앙종금은 급한대로 김석기 사장이 사재까지 더해 500억∼600억원의 증자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실채권을 조속히 정리하고 경비도 최대한 줄이는 방안도 수립하고 있다.

중앙종금 관계자는 “합병 논의를 할 당시에도 일단 자구계획을 수립,부실을 최대한 털어내고 합병을 한다는 방침이었다”며 “설사 BIS비율이 8%에 못미치더라도 이른 시일안에 자구계획을 수립하고 독자생존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구책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자본금 증자를 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대상조차 물색하지 못했다.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고 있어 증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 김석기 사장의 사재출자에 대해서도 중앙종금 관계자조차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부실채권 정리도 조속히 정리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절차와 계획은 수립돼 있지 않다.

결국 중앙종금은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로 편입,사실상 간판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중앙종금이 예금공사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서는 2000억원 가량의 증자를 해야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이에따라 중앙종금은 기존 자본금을 감자한 후 예금공사에 편입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은행도 BIS 비율 8%를 맞추기 위해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자본금 증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대주주가 출자여력이 없어 증자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제주은행의 경영개선계획을 경영평가위원회가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로 묶이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 dhlim@fnnews.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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