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버티기'한계…계열분리 가속
2000.08.02 04:52
수정 : 2014.11.07 13:32기사원문
현대사태가 조기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현대측이 그룹을 5개소그룹으로 조기에 분리하는 방안을 비롯해 일부 부실 경영진(가신그룹) 퇴진,정주영 명예회장 자동차 지분 조기정리 등 정부와 채권단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현대투자신탁은 곧 외자유치 본계약을 체결하고 독자생존 및 계열분리를 선언할 방침이어서 현대계열분리를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채권금융기관들이 대우사태때와 마찬가지로 현대의 만기 도래 채권에 대해 연장기간을 계속 짧게 가져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현대로서도 정부,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하며 계속 시간을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관계자는 “현재 현대와 채권단이 숨가쁜 물밑접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대사태가 이달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투신 곧 외자유치 본계약체결 및 계열분리선언=그동안 현대의 대표부실계열사로 지목됐던 현대투신의 경영정상화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지난 6월말 미국 최대보험사인 AIG사와 8억달러(9000억원)규모의 외자유치 도입 협정(MOU)을 맺은 데 이어 AIG사는 지난주말까지 1개월간 현대투신에 대한 실사작업을 끝낸 상태다.특히 AIG측은 최근 “현대투신의 실사결과에 만족한다”며 “AIG투자그룹 윌버로스회장과 AIG 보험 그린버그회장이 현대투신이 운용하는 바이코리아 펀드에 각각 5억원씩 10억원을 개인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약속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이와관련,현대투신 고위관계자는 “이달중순 윌버로스회장이 현대투신을 방문할 계획으로 있다”며 “8월중 외자유치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그는 “외자유치 본계약이 이뤄지는대로 조기계열분리 및 독자생존방침을 선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현대투신의 계열분리선언을 필두로 자동차,중공업,금융서비스,건설,전자 등 당초 5개 소그룹으로 쪼개기로 했던 현대측의 계열분리 움직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금감원도 현대그룹이 구체적인 계열분리 이행방안을 곧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대 부실경영진 4∼5명 퇴진 곧 가시화=정부고위관계자는 “현대측이 곧 부실경영진(가신그룹) 퇴진이라는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안다”며 “현재 부실경영관련 퇴진대상으로는 4∼5명의 최고위 전문경영인이 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금융권에서는 이익치 현대증권회장을 비롯해 김윤규 현대건설사장,김재수 현대구조조정본부장 등이 우선퇴진대상으로 거명되고 있다.특히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의 거취와 관련,현대측은 이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증권쪽 경영만 전담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이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대측 의도가 반영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현대 압박 강화=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현대사태 조기해결을 위해 이 그룹에 대한 압박강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현대전자 외자유치와 관련,일부 외환거래법 및 증권거래법 위반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익치 회장등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고발시기를 앞당길 방침”이라고 말했다.금감원의 또다른 고위관계자는 “채권금융기관들이 현대 만기도래채권에 대한 만기연장기간을 계속 단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현대로서도 대우사태의 전철을 밟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인만큼 채권단이 요구하는 큰 흐름을 곧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현대에 대한 압박강화는 현대건설의 실질적 오너인 정몽헌 현대 아산재단 이사회의장의 귀국시기와 맞물려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 fncws@fnnews.com 최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