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택 수요공급 시장에 맡기자
2000.08.03 04:52
수정 : 2014.11.07 13:32기사원문
정부의 주택공급정책 기조가 양 위주에서 질 위주로 대전환하고 있다.각 지방자치단체도 용적률 인하 등 주거환경의 질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주택정책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주택정책 변화는 충분한 사전검토와 보완대책이 미흡해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고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일시에 너무 집중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특히 난개발 억제정책 이후 민간택지개발에서 공공택지개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택지공급이 부족해지고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택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매년 연간 주택기본수요 이상의 주택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원활한 택지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그러나 단순 공공택지 공급에 의한 주택공급은 또 다른 난개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공공택지 공급에서 더 나아가 신도시개념의 보다 적극적인 주택공급정책이 요구된다.
수도권 신도시는 지방의 인구유입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거주자의 주거공간이 재배치되는 것이다. 신도시 차원의 주택공급만이 인프라가 잘 구비된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으며 서울 일부지역, 분당, 일산 등 한정된 공간으로 몰리고 있는 수도권 주택수요를 분산시켜 수도권의 주택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주택수요와 괴리된 정부의 주택공급 목표도 지양돼야 한다.과거 주택경기는 정부가 주택에 대한 수요 및 주택공급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호황과 침체를 반복해왔다.주택경기가 과열될 때는 주택수요를 억제하는 냉탕식 정책을 실시한 반면 미분양 적체 등 주택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될 때는 주택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온탕식 정책을 실시하는 등 냉온탕식 정책이 반복되어 왔다.그러나 이제는 우리 나라 주택시장도 공급자시장에서 수요자시장으로 전환된 만큼 주택의 수요공급을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에 맡기는 방향으로 주택정책의 기조가 전환돼도 무방할 것이다.
주택수급에 있어 시장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으로 혼탁해질 수 있는 시장의 거래질서 확립도 중요하다.과거 투기억제정책 같은 인위적인 행정조치는 가급적 지양하되 민간 부동산업체들의 왜곡된 가격, 거래 정보가 유통되지 못하도록 관련 정보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실수요 위주의 거래질서 확립 등을 위해 필요할 때는 시장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주택저당채권 유동화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주택시장이 거래가 활성화되고 원활한 주택공급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주택수요자 금융 못지 않게 주택공급자 금융이 확대돼야 한다.세계적으로 높은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수준(PIR)을 고려할 때 무주택자 수요자가 이 제도를 활용해 집을 구입하기에는 원리금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금리인하, 주택대출금 이자의 소득공제 확대 등을 통해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주택공급업체들이 완공후분양제 등 수요자시장으로의 전환에 적응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자금융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