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란 우려된다(2)
2000.08.03 04:52
수정 : 2014.11.07 13:31기사원문
최근 주택경기가 극심한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주택산업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수도권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에서는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준농림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수도권 난개발 방지대책은 안그래도 침체돼 있는 주택건설경기를 더욱 위축시켰다.또 최근 용인거주 주민들의 집단민원에 밀려 용인 죽전 택지개발계획을 수정키로 한 결정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도시화율은 70년 50.1%에서 80년 68.7%,90년 81.9%로 해마다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2010년에 9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처럼 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계속되는 한 택지 등 소요토지도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함에도 건교부는 수도권택지공급의 30%를 차지하는 준농림지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다.
2∼3년안에 택지공급 부족으로 인한 주택대란이 올 것은 너무나 뻔하다. 난개발은 분명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그러나 준농림지 폐지는 개발과 보존을 명확히 하는 정책의지가 결여된 결정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택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앙등하는 단초를 건교부가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건교부는 여론의 질타에만 관심을 가질뿐 정책을 믿고 따르는 기업이 맞게될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아파트 사업의 경우 중소기업은 80%가 준농림지등을 구입,택지를 공급하고, 대기업은 시공을 맡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돌파구 안보이는 택지공급정책=국토개발연구원이 추산한 향후 5년간의 수도권 신규 주택수요는 98만가구.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수도권에서 택지개발지구 500만평을 새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지금까지 단 한곳도 지정하지 못했다.수도권 난개발 문제가 불거지면서 건교부가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을 전면 유보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택지를 공급할 계획이라지만 용인 죽전지구와 같은 대도시 인접지역에서의 공급여력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또 종전처럼 미니 신도시라 불리는 소규모 택지개발지구를 여러 곳 조성하는 것도 문제다. 수도권 미니 신도시는 분당·일산 등 대규모 신도시에 붙어 기생하는 형태여서 오히려 난개발만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앙정부는 토지공사나 자치단체의 공공개발만이 최선이라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할 것”이라며 “민간부문의 개발을 대폭 허용해 택지와 주택수급의 시장기능을 살려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맹이 빠진 주택경기 활성화대책=건교부는 지난 10일 전용면적 18평이하 국민주택의 표준건축비를 12% 정도 인상하고 국민주택기금 건설자금 지원대상을 20가구 미만 공동주택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건설 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그러나 이같은 소극적인 대책만으로 주택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주택업계의 불만이다.
이희연 현대산업개발 전무는 “수도권 최후의 주택사업지로 통하는 용인지역 아파트 초기분양률이 20∼30%에 불과할 정도로 주택시장의 상황은 최악”이라며 “주택업계가 IMF 직후보다 더 심각한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묵 주택협회 이사는 “임기응변식 대책으로는 침체에 빠진 주택건설경기를 되살리는데 역부족”이라며 “1가구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등 기존주택 매매를 쉽게 하고 신규주택 수요도 진작시킬 수 있는 전향적인 세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실 못따라가는 제도개선=건교부는 올들어 도시계획법을 개정,대도시지역에서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용적률 하향조정이라는 수단으로 재건축 및 재개발 지역의 고밀화를 억제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이와 맞물려 시행되어야 할 재개발·재건축 통합법령은 아직 윤곽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어 체계적인 도시개발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최근 자원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리모델링 사업.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무분별한 재건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리모델링의 법제화 추진작업은 최근 건교부에서 외부기관에 연구용역 의뢰를 검토중인 단계로 관련법 제정은 요원하기만 하다.
미래를 내다본 준비는 커녕 현실을 뒤쫓아가기도 벅찬 주택행정의 현주소를 보고 있는 셈이다.
/ jhc@fnnews.com 최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