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신발 등 '공든 탑'무너진다
2000.08.04 04:53
수정 : 2014.11.07 13:30기사원문
수출전선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최근들어 환율이 하락하고 임금이 급등하는 등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전국의 수출업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중국·베트남 등 후발국들의 저가공세까지 겹쳐 국내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수출업체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올들어 꾸준하게 수출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자동차,기계,조선 등의 대기업 업종은 비교적 호황을 구가하고 있으나 직물,섬유,해산물,신발,의류 등 중·소업체업종의 수출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국의 수출현장을 긴급 점검한다.
▲해외바이어 이탈 심각(전남·광주)
광주·전남지역은 자금난에다 원자재값 인상,중국과 베트남등 후발경쟁국가의 저가공세로 수출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올 3·4분기 수출전망은 한치앞을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농산물,임산물,직물,섬유등 경공업제품등의 수출증가율은 올들어 지난6월까지 지난해에 비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활선어,해조류등 수산물수출은 15.1%,섬유류는 11.3%,잡제품은 16.2% 각각 줄어들었다.
유럽등지에 실을 수출하고 있는 광주하남공단 ㈜경방광주공장의 경우 원면 1파운드당 단가가 상반기 50센트대에서 하반기엔 60센트로 20%이상 상승한데다 직원임금도 10.6%나 인상해 수출경쟁력이 약화됐다.
또 제품가격도 지난해 740달러이던 코마사 40수가 올들어 670달러로 뚝 떨어졌다.
이회사 이준섭공장장은 “앞으로 최저임금제시행으로 1일 1만4200원하던 하루급이 1만4920원으로 5%이상 오를 예정인데다 중국,인도 파키스탄등 후발국가들의 저가공세도 거세지고 있어 섬유산업수출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대우전자 광주공장도 지난98년 빅딜발표여파로 부도를 우려한 해외바이어들이 상당수 떨어져나간데다 원자재업체들이 원자재를 공급하면서 어음 대신 현금을 고집,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때문에 전자레인지,냉장고,세탁기 등이 주종인 대우전자의 올 수출목표를 지난해 5920억원에 비해 1219억원이나 감소한 4701억원으로 대폭 줄여 잡았다.
타이어를 수출하는 금호산업 해외영업팀 C씨는 “유럽지역의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오를 조짐이어서 올 수출목표달성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hjchae@fnnews.com 채희정 기자
▲상반기 실적유지 급급(부산)
부산 수출전선도 비상이 걸렸다. 저환율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로 점차 수출길이 험난해지고 있다.
섬유·의류·신발·음식료품업계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들어서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반기 수출이 다소 늘어났던 철강·화학업계 등도 하반기 들어 상반기 실적 유지에 급급하고 있다.
담요제품을 미국·중동지역에 100% 수출중인 부산 사상구 대흥직물공업사는“최근 수출실적이 지난해보다 80%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수출여건이 호전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부산 신평·장림공단내 ㈜대기섬유 박정수 대리는“중국과 동남아에 원단을 수출하고 있으나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중국 상품에 비해 가격이 20∼30% 높아져 수출이 30%가량 줄어들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주력인 신발업계 사정도 마찬가지. 대형 바이어들의 동남아 이탈과 일본 경기의 부진 등으로 상반기 수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3%나 대폭 감소했으며 하반기 들어서도 호전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의 경우 상반기 수출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증가세를 보였으나 하반기들어 수출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연합철강㈜ 부산공장 수출입통관담당 최문길 과장은“현재 t당 30달러인 냉연강판 원자재의 주 수입국인 일본이 t당 가격을 10∼20달러 올리려 하고 있어 하반기 수출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jkyoon@fnnews.com 윤정규 기자
▲수출단가 하락에 고전(대구·경북)
대구·경북지역 업체들도 환율하락에다 원자재가상승이 겹쳐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대구지역은 올들어 일반기계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34.3%로 크게 늘어난 반면 전자부품의 수출은 13.2%나 줄어들었다.
경북지역은 일반기계( 103.2%),섬유원료(63.5%), 산업용전자(48%)는 지난해보다 수출이 많이 증가했으나 전자부품은 13.2% 감소했다.
또한 섬유제조업체들의 64.3%,기계·금속제조업체들의 47.7%가 수출단가가 하락해 고전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가격경쟁력에 수출을 의존해온 경북지역의 업체들은 원화강세및 원부자재의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수출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이와함께 판로를 수출에 의존해오고 있는 폴리에스테르,나일론등의 생산업체들도 이들 제품들이 만성적인 공급과잉상태에 있는데다 제살깎기식으로 앞다투어 가격을 낮추고 있는등 수출여건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폴리에스테르와 나이론 수출을 하고 있는 건풍산업대표 이지천씨는 “바이어들이 20배나 낮은 임금을 받고 있어 제품단가가 싼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dbyuck@fnnews.com 김대벽 기자
▲수출전선 이상기후(충남·대전)
충남·대전지역은 지난7월이후 고유가, 불안한 자금시장, 저환율 등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전선에 이상징후가 생겨나고 있다.
대전신탄진 3공단에 위치한 한솔제지 대전공장은 8월들어 8일간 일시공장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상업용포장재를 중국과 홍콩에 매달 3만5000t 가량 수출해오던 한솔제지는 7월들어 수출물량이 1만t가량 줄어들어 재고가 쌓이자 이같은 비상조치를 취했다.
오토바이용 의류를 생산해 지난해 20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린 대전시 용두동의 ㈜한일의 양승원 총무부장은 “대부분 물량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데 지난5월까지는 상당히 그런대로 목표치는 달성했지만 하반기들어 수출이 주춤하고 있다”며 “배삯이 20%이상 오르고 항공료도 오르는 등 물류비용이 크게 상승한데다 원자재가격인상과 원화강세로 하반기 수출에 지장을 초래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충남지역은 아산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수출호전을 보여 대전지역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반도체와 자동차에 지나치게 수출을 의존하고 있어 수출구조는 매우 취약한 편이다.
이은삼 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장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원유가 인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원화라도 떨어져야 수출이 호조를 띨것”이라고 전망했다.
/jgkim@fnnews.com 김재규기자
▲특수업종수출만 증가(울산·경남)
자동차·선박·유화가 수출 주력업종인 울산은 올들어 ‘호황속의 수출 빈곤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지역은 올상반기 91억6800만달러어치를 수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했으나 하반기에는 수출증가세의 둔화가 예상되는등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경남지부 남진우 부장은 “문제는 수출 상황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다”면서 ‘대부분 업종이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와 대기업이 이끄는 기계·자동차·조선 등 특정업종의 수출증가율만 높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부분 업종은 내수부진에 따른 밀어내기식 수출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남지역은 올 상반기 수출액이 76억135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8% 증가했으나 조선 산업용및 가정용전자·일반기계·수송기계·철강 등 6개 업종이 전체수출액의 80%가까이 차지하는등 ‘풍요속의 빈곤’을 드러냈다.
마산수출자유지역의 경우도 지난해보다 수출이 크게 늘어났으나 영세한 업체들은 상당수가 여전히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환율하락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해상화물운임 인상으로 인한 수출부담 가중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수출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것.
실제 선박부품 및 구조금속을 생산하는 D사는 수출이 지난해의 22%에 불과했고 낚싯대를 생산하는 H사는 40%, 절전형리모컨스위치를 생산하는 G사는 6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자원부 마산수출자유지역관리소 김지호 수출산업과장은 “특히 금속업계의 경우 중국·대만과의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환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난 5월이후 해상화물 운임이 10%이상 인상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차별적 운임을 적용하는 것도 수출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whjkm@fnnews.com 김정호기자
▲원자재값 인상 생산 차질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경기도지역 업체의 수출이 최근들어 유가 및 임금인상,저환율,공공요금인상 등으로 주춤거리고 있다.
목재류 생산업체인 현대건영(안산시 성곡동)은 원자재 및 환율 상승으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가량 감소했으며 하반기에는 공공요금 및 유가인상 등으로 수출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흥시 정왕동의 동인섬유(염색가 공원단생산)는 2·4분기 수출이 의류소비 감소와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심화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하는 등 고전했으며,하반기에도 유가상승에 따른 생산비 부담이 가중된 데다 수출단가가 떨어져 수출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기계금속생산업체인 보성금속(시흥시 정왕동)의 경우 최근 전기,가스,인건비 등의 인상으로 생산비가 10%정도가 상승된 데다 원자재값은 10%정도 올랐다. 게다가 제품 판매가는 오히려 떨어져 매출과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0%정도 떨어졌다.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 있는 극동화학도 생산시설을 증설한데다 유가상승,인건비 인상 등으로 원자재가격이 15%나 상승해 생산차질과 함께 수출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유가인상,공공요금 인상,인건비 상승 등으로 섬유,의복의 경우 수출이 2.3%가 감소될 전망이며 석유화학 수출은 9.9%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kimic@fnnews.com 김인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