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릅뜬 정부…고개숙인 현대
2000.08.06 04:53
수정 : 2014.11.07 13:29기사원문
현대의 구조조정안 마련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는 자동차와 중공업의 계열분리를 골자로 하는 자구계획안을 마련,5일 정부측에 의견타진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결과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판정을 받아 현대는 보다 진전된 내용의 자구계획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따라서 현대의 자구계획안 발표도 8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현대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은 갈수록 강경해지는 가운데 현대는 한 발짝씩 물러서는 양상을 보였다.현대가 그만큼 ‘버티기’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현대가 다시 제시하게 될 자구계획안이 정부와 채권단의 동의를 이끌어내려면 상당한 결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동차와 중공업의 계열분리를 확실히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채권단은 두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에 이어 또 다시 현대 문제가 불거진 것은 계열분리 문제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지분중 계열분리 요건 충족을 위한 6.1%의 지분정리 문제는 매각또는 의결권 행사를 막을 수 있는 백지 위임 뒤 단계적 매각안이 공정위와 조율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정부는 당초 중공업 계열분리 시한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지으라고 요구했다.현대 관계자는 최근 “중공업 계열분리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급보증과 출자관계 정리때문에 단기간에는 어렵지만 예정보다 2년 앞당겨 2001년까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그러나 자동차 뿐만 아니라 중공업 계열분리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현대 문제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을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기 때문에 현대로서도 중공업 계열분리를 최대한 앞당겨 명확하게 처리하는 ‘성의 표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자구계획안에는 또 현대전자 등 알짜기업 매각 요구를 피해가는 대신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현대건설과 상선 보유 자동차,중공업,전자 주식 등 유가증권 매각 계획을 통해 진전된 건설 유동성 확보계획을 제시할 전망이다.현대그룹은 이른바 ‘가신 3인방’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그러나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을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었던 5일 현대건설 임시주주총회를 9월로 연기해 정부와 어느정도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경영진 퇴진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현대의 거듭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사의 퇴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매각대금은 현대건설 유동성 지원에 써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도 그동안 ‘수용불가’ 입장에서 검토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현대는 그러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의장의 지원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결국 이 문제도 일정 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 minch@fnnews.com 고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