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여직원들의 비애
2000.08.11 04:54
수정 : 2014.11.07 13:23기사원문
“요즘 캐디언니 차 타고 출근하는데 속상해요.”
골프장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의 푸념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단지 ‘캐디’라는 이유로 업신여기고 내려 봤는데 요즘 제가 바로 그 꼴이 되었어요” 하며 한 골프장 여직원은 신세를 한탄했다.
여름철 골프장들이 새벽에 개장하다 보니 클럽하우스 식당에 근무하는 여직원은 물론 프런트·사무실 여직원까지 새벽같이 출근해야 한다.캐디들이야 돈버는 재미라도 있지만 여직원들은 쥐꼬리 만큼 받는 연장 수당 때문에 매일같이 이 짓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이라도 때려치우고 싶단다.
골프장 여직원들은 특히 캐디와 수입 격차가 심해지면서 지금이라도 캐디로 나서고 싶지만 보는 눈이 있어 그러지도 못하고 그대로 눌러 있자니 마음이 편치 못하다.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그래서 그런지 클럽하우스 식당 근무 여직원들의 이직률이 높다.툭하면 그만 둔다는 것이 골프장측의 설명.힘들게 인원을 보충하고 나면 다른 여직원이 그만두고, 매일 사람 구하러 돌아다니는 게 일과되어 버렸다는 골프장 직원도 있다.
“하루 종일 캐디 못지 않게 뛰어 다니고 서 있는데 수입은 절반 밖에 안되니 누가 붙어 있겠습니까.” 여직원 구하기가 이제 신물이 난 다는 한 골프장 직원도 이를 수긍했다.
캐디들의 월 수입은 최소한 150만원 정도.많게는 300만원이나 된다.보통 2백(Bag)을 하기 때문에 한번 라운드 하는데 기본적으로 6만원의 팁을 받는다.또 요즘같은 여름철에는 최소한 이틀에 한번은 하루 2번씩 라운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은 2배로 늘어난다.여기에 내기골프를 하는 손님들이 ‘눈먼 돈’이 생겼다고 몇 만원씩 찔러 주는 것을 합하면 웬만한 대기업 직원이 부럽지 않다.그러나 고졸 여직원은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게 아닌가.
일부 캐디들의 경우 씀씀이가 헤픈 게 흠이긴 하나 소형 자가용을 구입, 출퇴근하는 것은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이를 매일같이 보고 있자니 골프장 여직원들의 머리가 돌 수밖에 없다.제 딴에는 캐디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출퇴근시 캐디 차를 얻어타고 다니는 신세가 됐으니 말이다.
본래 제복을 입혀 놓으면 다 똑같은 사람으로 보인다.그런 캐디도 사복으로 갈아 입으면 딴판으로 변한다.모두 그런 것은 아니나 찢어진 청바지에 10만원 이상하는 골프 T셔츠를 입고 프라다 핸드백을 어깨에 걸친채 퇴근하는 캐디들의 무리를 보면 마치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 jdgolf@fnnews.com 이종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