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프로젝트 파이낸싱' 활기

      2000.08.21 04:57   수정 : 2014.11.07 13:15기사원문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던 은행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최근들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대형사업에 활용되는 종합 금융기법. 자금여력이 있는 우량은행과 국책은행들은 경기회복세를 타고 한동안 중단됐던 국내외 대형 사업들이 재개되고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북한 SOC사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종합적인 금융자문과 설계를 맡아 채권발행 주선 등 복합 금융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관련부서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은행도 많다.

◇SOC·환경 등 대단위 사업이 PF대상=최근 산업은행은 안양·부천 열병합발전소의 민자유치 사업에 필요한 4040억원의 자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이용해 조달했다.산업은행은 사업자인 LG파워의 담보제공이나 출자자의 별도 위험부담 없이 발전소사업 자체만을 담보로 자금을 조성했다.이 은행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과거 영업실적이 아니라 사업 자체의 미래 현금 흐름을 토대로 사업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설명했다.이 사업에서는 특히 국내 최초로 12년만기 채권이 발행돼 화제가 됐다.산업은행은 여러 개의 은행들이 모여 대출을 해주는 신디케이션 대출 형식에서 탈피,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장기채권을 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지난 8일 총 사업비 736억원이 소요되는 남양주 하수도 처리사업의 금융자문계약을 체결했다.국민은행은 사업단이 정부측과 사업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 자문역으로 참여한 뒤 사업방안이 확정되면 자금 조성을 위한 신디케이션의 주간사를 맡게 된다.

수출입은행도 국내 기업의 해외 전력장비 수출사업 등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현재 진행중인 SK건설의 멕시코 전력장비 수출사업에서 수출입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지원하는 금액은 4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신한은행과 외환은행도 화물터미널과 국내 기업의 자산 매각 사업등과 관련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따른 대북 특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이 분야의 사업계획 수립도 서두르고 있다.

반기로 산업은행 투자금융 1실장은 “현재는 발전소 민간자본 유치 사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앞으로는 환경·대북사업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은행 형편이 제약요인=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는 사업에 자금을 조달하는데도 국내 은행의 부실이 문제되고 있다.기본단위가 수조원대인 대형 프로젝트를 감당하기에는 은행들의 신용도 등 기초체력이 너무 허약한 것이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일부 우량은행과 국책은행에 국한돼 있고 외환위기 이전에 매우 적극적이던 대형 시중은행들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련 부처의 경직성도 문제다.민자유치 SOC사업의 경우 사업자인 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적기에 자본을 회수해야 하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예산 집행 규정을 강조하는 바람에 효율적인 자금수급계획을 짤 수 없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한 정부 관계자가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곳곳에 흩어져 있고 인사이동이 너무 잦아 전문 당국자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kschang@fnnews.com 장경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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