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銀 행복한 고민…금리인하이후 되레 돈 몰려

      2000.09.09 05:02   수정 : 2014.11.07 12:58기사원문

금리는 더 많이 내렸는데 돈은 우량은행으로만 계속 몰리고 있다.
최근 우량은행에 이어 다른 시중은행들까지 일제히 예금금리를 인하했으나 우량은행으로 돈이 집중하면서 은행 수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과 금융권 2차 구조조정 때문에 금리보다는 안정성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고객 성향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금이 몰리는 일부 은행은 넘쳐나는 돈을 제때 운용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예금금리 인하경쟁 가속화 신한은행은 지난 8월 14일 1년제 정기예금 금리를 7.3%에서 7.0%로 0.3%포인트 인하했다.같은 날 한빛은행도 실세 정기예금을 최고 0.5%포인트 내렸다.곧 이어 국민은행은 정기예금·적금, 상호부금 등 수신금리를 최고 0.6%포인트 내렸으며 조흥은행은 정기예금 0.3∼0.5%포인트, 정기적금은 0.5%포인트 인하했다.외환은행도 상품별로 0.1∼0.5%포인트 내렸다.이밖에 한미·하나 등 대부분의 은행들도 수신금리를 0.3∼0.5%포인트 인하했다. 주택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총 13개 수신상품 금리를 최고 0.5%포인트 인하할 계획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실세금리(3년만기 회사채,국공채)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다 예금보험료율 인상 및 대출금리 하락으로 은행 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시중은행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국내 금융기관의 수신금리는 높은 편”이라며 “시장 여건에 따라 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량은행으로 몰리는 시중자금 8월 예금금리 인하 이후 이른바 우량은행 평가를 받고 있는 국민·주택·신한·하나·한미은행에 돈이 몰리고 있다.이에 반해 한빛·외환·조흥은행은 수신고가 감소,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국민은행은 총수신이 7월말 67조2339억원에서 8월말 69조244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이달 7일에는 국내 은행 최초로 70조원을 돌파하며 70조376억원을 기록했다.주택은행도 7월말 50조5575억원이던 수신이 8월말에는 51조4669억원으로, 이달 7일에는 52조284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신한·하나·한미은행도 이달들어 7일까지 일주일 동안 2000억∼5000억원 가량씩 수신이 늘었다.

반면 한빛은행은 8월말 52조6759억원에서 이달 6일에는 52조4973억원으로 1700억원가량 줄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신탁부문에서 1700억원가량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외환은행도 8월말 29조131억원에서 이달 6일에는 28조9832억원으로 299억원이 감소한 상태다.조흥은행도 8월말에 비해 수신고가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운용처가 마땅치 않다=우량은행에 돈이 몰리면서 관련 은행들이 대출처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국민은행은 기업여신을 강화하고 유가증권이나 벤처투자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 이후에도 자금이 계속 몰려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주택은행도 수신금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오는 18일께 정기예금 등 총 13개 상품에 대한 금리인하를 단행할 계획이다.주택은행의 이번 금리인하는 올들어서만 벌써 4번째다.이밖에 신한·하나은행 등도 자금운용에 고심하고 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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