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미수금 회수' 세일즈 외교
2000.11.14 05:21
수정 : 2014.11.07 12:06기사원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회의 참석차 브루나이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국왕 주최 만찬에 참석하는 등 빡빡한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 정상으로는 12년만에 브루나이를 국빈방문한 김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왕궁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환영행사에 참석, 볼키아 국왕과 브루나이 추밀원 인사 등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이어 한·브루나이 양국 정상과 공식수행원이 배석한 가운데 왕궁 회의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는 현대건설의 브루나이 제루동 공사 미수금 3800만 달러를 조속한 시일내에 받기로 하는 한편, 유럽쪽에 집중하고 있던 브루나이의 해외투자 대상을한국으로 상당부분 돌리도록 하는 등 내실있는 세일즈 외교 성과를 거뒀다고 외교당국자가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 현대건설 미수금을 브루나이가 곧 지불키로 한 것은 사전에 우리정부와 현대측의 다각적인 노력과 함께 김 대통령이 직접 볼키아 국왕에게 이 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자금난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약 400억원에 해당하는 공사미수금을 받게 됨에 따라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현대건설의 미수금 회수를 위해 노력한 것은 국가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제루동 공사는 국왕 동생인 제프리 왕자가 사장으로 있는 아메도 개발공사가 발주한 해안공업 개발사업으로, 현대는 96-98년까지 공사를 했으나 공사측이 파산해 대금 지불을 미뤄왔었다. 이와함께 김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브루나이측이 요구한 원유와 LNG 도입의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이어 왕궁 연회장에서 열린 볼키아 국왕 주최 국빈만찬에서는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정상들이 입장한 뒤 3분가량의 회교식 기도를 하고 볼키아 국왕이 김대통령의 방문을 축하하는만찬사를 했다.
볼키아 국왕은 김 대통령을 “민주주의와 인권 지도자”라고 부르면서 지난달 서울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때 김 대통령이 베풀어준 호의에 감사를 표하고 노벨평화상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했다.
김 대통령은 이에 대해 “‘평화가 깃드는 곳’(Negara Brunei Darussalam) 이라는 국명 그대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브루나이를 방문하게 돼 더 없이 기쁘다”면서 “이번정상회의가 볼키아 국왕의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이뤄짐으로써 21세기 아·태 지역의 실질적 경제협력을 위한 거시적 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브루나이는 경기도의 약 절반에 불과한 국토에인구가 33만명인 소국으로 회교를 국교로 하는 세습왕정국가지만 석유·천연가스 자원 등이 풍부해 1인당 GDP가 1만 5000달러 가량인 부국이다.
【브루나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