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누수´추궁
2000.11.16 05:21
수정 : 2014.11.07 12:04기사원문
국회는 16일 이한동 총리와 진념 재경부 장관 등 관계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경제분야 2일째 대정부질문을 계속했다. 전날 국회파행으로 발언이 연기됐던 민주당 김민석 의원 등 모두 17명의 여야의원들이 질의에 나선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공적자금의 부실관리, 금융·기업 등 4대 구조개혁,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 금융감독기구의 쇄신방향 등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공적자금 부실관리=한나라당 백승홍 의원은 “공적자금을 대통령 하사금으로 착각한 듯 부실금융기관은 특별퇴직금 등 온갖 이름을 붙여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고 같은당 김학송 의원은 “공적자금은 빌 공(空)자 공적자금이 됐다”며 “어떻게 17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이 단돈 5000억원에 매각됐는지를 밝히라”고 질타했다. 임태희 의원도 “공적자금은 잘해야 50%정도 회수되고 그것도 상당기간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하고도 2003년 균형재정을 자신하느냐”고 추궁했다.
민주당 장성원 의원은 “11·3 기업퇴출로 인해 최악의 상황을 감안, 미리 자금을 증액하자는 의견과 한도를 늘릴 경우 자구노력은 하지 않고 부실을 공적자금으로 때우려 한다는 반론도 있다”며 정부측의 정확한 입장을 물었으며 김민석 의원은 “최소화 원칙도 중요하지만 추가공적자금의 규모를 정확히 추산해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문제=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최근 경제가 어려워진 근본 이유는 각 분야의 구조조정이 지체되기 때문”이라며 “구조조정에 있어 1,2,3차 분리보다는 원칙과 제도화에 따라 꾸준한 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한승수 의원도 “금융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다시 외환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며 “민간전문가들을 이 중차대한 구조조정의 책임자로 임명하고도 그들의 감독을 소홀히 해 막대한 국부의 손실을 초래토록 한 책임을 총리는 누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또 대우차문제와 관련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에 관한 법률에 의거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가 대우차의 우량자산을 인수하여 자력갱생을 도모할 것”을 제안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공기업에서는 오히려 조직을 확장하고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두는 재벌화 현상이 공공연히 나타나고 있다”며 “제로베이스에서 공공부문 개혁 비전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한나라당 백승홍 의원은 “건설업이 무너지면 관련업체 도산·주택난·물가불안·실업자 양산 등의 악영향을 미친다”며 건설업체 부양책으로 ▲건설관련 내년 예산 3조원 증액 ▲건설업체 유동성 위기 극복를 위한 특별 금융지원 방안 마련 ▲하도급 대금지급보증 감독강화 ▲해외건설공사 보증지원 확대 등을 주장했다.
민주당 설송웅 의원도 “우리나라 GDP의 20%나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건설산업의 시장시스템으로 전환 ▲공사이행보증제도 확대시행 ▲대한주택보증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제도적 방안 강구 등을 제안한 뒤 “공기업간의 중복기능을 해소하기 위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폐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감독원 직능 개편론=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관치금융의 본산, 권력비리와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공적자금을 낭비하고 그 관리를 태만히 했으며 시장경제원리를 거역하고 있다”면서 “금감원의 기능과 위상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장성원 의원은 “동방사건과 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은 상호신용금고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동방의 경우 최근 3년7개월간 금감원으로부터 한차례도 감사를 받지 않았는데 금감원과 신용금고 사이의 유착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고 따졌다.
김근태 의원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과 같은 관행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며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으면 국민의 마음이 모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김택기 의원도 “나부터 바꾸자는 공무원의 의식개혁 없이는 공적자금을 앞으로 얼마를 더 투입하든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라며 금감원 직원의 의식 전환을 촉구했다.
/ pch@fnnews.com 박치형 서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