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아일랜드 호니아라

      2000.11.28 05:25   수정 : 2014.11.07 11:57기사원문

1번홀(파 4). 힘을 빼고 천천히 백스윙해서 힘차게 다운스윙한 백구는 ‘딱’하는 소리를 내며 구름 한 점 없는 창공을 훨훨 날아 페어웨이 한가운데 소프트 랜딩했다.

그린 위의 노란 깃발이 ‘여기요, 여기’라고 외치듯이 바람에 나풀거린다.

상쾌한 무역풍이 불어와 목덜미를 간지른다. 7번 아이언을 뽑아 들고 부드럽게 스윙하자 손바닥만하게 잔디가 떠지며 볼은 경쾌하게 높이 솟아 그린에 안착했다.

노란 곱슬머리에 새까만 열두살짜리 캐디 녀석이 “뷰티풀 샷”을 외치며 손바닥을 내민다.
짝!

그린 앞까지 간 이 떠돌이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뭔가. 여기는 샌드 벙커가 아닌가.

더더구나 높이 떠서 떨어진 공은 모래속에 푹 파묻혀 에그 프라이가 되지 않았나. 하오나 샌드 벙커 한복판의 깃발은 또 무엇인가.

캐디 녀석이 쪼르르 달려오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나이스 어프로치를 연발한다.

그는 깃대를 뽑고 홀컵에서 3m쯤 떨어진 볼을 집어들더니 이번에는 샌드 벙커의 발자국을 없애는 고무래를 들고 공과 깃발 사이를 일직선으로 민다. 자세히 보니 고무래에는 발톱이 하나도 없어 공과 깃대가 서 있던 곳 사이는 편편하게 길이 되었다.

그리고 퍼팅을 하란다.

하도 어이가 없어 “여기가 그린이란 말이냐?”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깃대가 꽂혔던 곳에는 레귤러 홀보다는 훨씬 넓은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다.

이 세상, 괴상한 골프장을 많이도 다녀봤지만 이런 샌드 그린은 듣도 보도 못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솔로몬 아일랜드, 이 나라의 수도 호니아라엔 이 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골프장, 호니아라 컨트리 클럽이 공항 가는 길 옆에 자리잡고 있다.

비록 9홀이지만 평탄한 지형에 페어웨이 잔디는 잘 가꾸어 놓았고 홀과 홀 사이엔 아름드리 나무와 꽃나무가 경계를 이뤄 꽤나 괜찮은 골프장인데 그린만은 왜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호니아라 컨트리 클럽은 텅텅 비었다. 완전히 대통령 골프다.

클럽 렌트비 4400원, 캐디피 2200원, 그린피 2200원, 합계 8800원. 이 돈만 내면 9홀을 두 번 돌아도 좋고 열번을 돌아도 좋다.

2차 대전의 격전지였던 올망졸망한 섬으로 이루어진 솔로몬 아일랜드는 인구라야 불과 35만명이요, 수도 호니아라는 인구 4만명의 우리 나라 시골읍 처럼 한가한 도시다. 멜라네시아권에 속해 이 나라 사람들은 새까만 피부에 노란 머리는 곱슬이다.


그러나 같은 멜라네시아 인종인 파푸아뉴기니 사람들과 호주 원주민보다는 훨씬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유순해 밤거리를 돌아다녀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


수도 호니아라에서도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남자고 여자고 윗도리를 훌렁 벗어제치고 산이고 들이고 맨발로 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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