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감축' 노조 동의가 관건
2000.12.13 05:29
수정 : 2014.11.07 11:47기사원문
은행합병이 막판에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합병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외국계 대주주들이 ‘뜸’을 들이고 있는데다 노조의 반발도 드세기 때문.
◇국민·주택=김상훈 국민은행장이 주택은행과의 합병에 반대하는 국민은행 직원들에 의해 12일부터 사실상 감금당한 가운데 주택은행 노조도 합병안에 대한 대응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두 은행 노조는 합병이 명백해질 경우 공동 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국민은행의 외국인 대주주인 골드만삭스가 합병 협상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경영진에서는 합병추진이 급진전됐으나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성사여부는 매우 유동적이다.
주택은행 노조는 13일 김정태 주택은행장에게 ▲합병에 정부의 개입여부 ▲국민·주택 합병에 따른 문제점 인지 여부 ▲합병직후뿐만 아니라 향후의 인원감축 가능성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노조는 김행장이 밝히는 입장에 따라 대응수위를 정할 계획이다.
한편 13일로 2일째 출입이 봉쇄당한 김상훈 주택은행장은 집무실 내에서 간단한 식사와 수면을 취하며 서류 결제 등의 ‘제한적 정상집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은행 노조는 김행장이 합병관련 서류에 결재할 가능성에 대비해 행장실로 들어가는 서류를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
◇한빛·외환=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변수. 코메르츠방크측은 정부측으로부터 얻어낼 만큼 얻어낸다는 속셈이고 외환은행은 정부와 코메르츠간의 줄다리기 결과만을 기다리면 된다는 입장이다. 일단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측은 서두를 것 없으니 당분간 한국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외환은행측도 “대주주의 의견이 최우선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신한·제주=최종 발표만 남겨둔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의 통합선언은 제주은행 노조의 반발이 막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신한은행은 지주회사·구조조정 작업을 전담하고 있는 최영휘 부행장을 중심으로 제주은행측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나 통합의 전제조건인 제주은행 노조동의에 대한 확답을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제주은행 노조는 신한은행과의 통합은 인원 감축을 수반한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있다.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 은행의 통합이 제주은행 인력의 즉각적인 감축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나·한미=한미은행이 사실상 하나은행과의 통합을 기정사실화했다. 한미은행은 대주주인 JP모건·칼라일 컨소시엄에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은행측이 공식적으로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칼라일측의 답변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 한미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동혁 행장이 김병주 칼라일그룹 아시아회장과 수시로 통화를 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얘기를 해 주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병주 회장은 지난 12일 저녁 귀국,13일에도 오전부터 약속을 잡아 외출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은 김회장이 뭔가 합병에 대한 ‘보따리’를 가져왔을 것으로 판단하고 김회장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두 은행의 노동조합들도 ‘합병을 반대한다’는 기본적인 주장만 되풀이할 뿐 합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인원감축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진측과 물밑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donkey@fnnews.com 정민구·정경순·임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