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영원한 직장은 없다 영원한 직업만 있다
2000.12.21 05:31
수정 : 2014.11.07 11:43기사원문
우리나라는 서구 산업국가들보다 200년이나 늦은 1960년대에서야 비로소 농경사회를 산업사회로 전환시키는 근대화 혁명을 단행했다. 그 시기에 농촌의 청·장년들은 자진해서 농촌 일터를 버리고 공장과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오늘날, 산업사회를 이끌어왔던 직장인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직장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직장인 가운데 지식 근로자들의 퇴출이 특히 눈에 띈다.
직장인들이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삶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기에 그들은 구조조정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그러나 경제사회는 지금 구조조정을 서두르면 고통이 뒤따르긴 하지만 조금 잃는 것으로 끝난다고 한다. 반면 지금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모두를 잃게 된다고 한다. 참으로 참담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식 근로자는 일류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만 하고 나면 대부분 정년이 될 때까지 아무런 걱정없이 회사를 다닐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영원한 직장은 없다. 영원한 직업만이 있을 뿐이다. 특히 지식 근로자들에게 평생 삶의 터전으로 생각되던 직장이 영원할 수 없게 된 것은 ‘환란’이나 구조조정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사회가 정보화사회로 전환되는 혁명기에 직장인과 기업, 그리고 조직에 밀어닥친 현상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실무를 맡아보다가 초급관리직으로 진급하면서부터 보고를 받거나 결재를 하며 사내회의에 참석하는 일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지식 근로자를 비롯해 자기가 배운 기술의 잣대로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는 지식 근로자나 ‘정보화문맹자’ ‘컴퓨터문맹자’ ‘지식화문맹자’로 남아있는 지식 근로자들이 바로 퇴출 영순위가 된 것이다.
그러나 ‘토털시스템전문가’ ‘정보화 컨설턴트’ ‘지식경영전문가’와 같은 지식 근로자들은 연봉이 2억원에서 6억원이 넘으면서도 직장을 제 맘대로 골라서 다니고 있다. 이들에게는 인맥과 학벌이 중요시되지 않는다. 이들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정보기술(IT)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노하우를 중요시한다. 이들이 직장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보다 먼저 정보화사회의 물결을 타기 위한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아직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사장에서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정보화 사회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의식과 행동은 산업사회의 틀 안에 갇혀 있다.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고 워드프로세스를 친다고 해서 산업사회의 의식과 습성에서 벗어났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퇴출 영순위 직장인들이라도 산업사회의 의식과 습성에서 벗어난다면 오히려 가지고 있는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정보기술과 접목할 수가 있기 때문에 재기에 성공할 수가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