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 정상화 ´여의주´ 물었다

      2001.01.03 05:35   수정 : 2014.11.07 16:51기사원문

쌍용양회 경영정상화와 조흥은행 독자생존의 관건인 쌍용정보통신 매각작업이 마침내 성사됐다.

쌍용양회는 쌍용정보통신 매각과 함께 채권단과 일본 대주주로부터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 및 출자 확약을 받아냄에 따라 확실하게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구축했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의 경우 매각대금이 당초 기대했던 7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추가 채무조정까지 해줌에 따라 경영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쌍용양회 기사회생했다=쌍용양회는 지난해 채권단과 자구계획을 맺으면서 연말까지 총 2조24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그러나 쌍용양회의 지난해말 자구실적은 쌍용계열사 분사, 부동산 매각, 채권단 채무재조정 등을 통해 1조2000억원 가량을 줄이는데 그쳤다.

문제는 쌍용정보통신이었다.당초 쌍용양회는 지난해 12월28일 임시주총을 전후해서 자회사인 쌍용정보통신 매각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그러나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한 매각협상을 놓고 원매자와 의견접근을 보지 못하면서 해를 넘겼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쌍용양회는 결국 시스코 등 당초 매각협상자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뉴브리지 캐피털에 최종 매각을 결정했다.

이번 매각으로 쌍용양회가 거머쥐는 자금은 최소 3005억원에서 최대 4380억원선.쌍용양회는 또 조흥·산업은행에서 각 3000억원, 서울보증보험·예금보험공사에서 각 2500억원 등을 지원받기로 확약받은 상태다.여기에 지난해 12월 쌍용양회 공동대주주로 나선 일본 태평양시멘트도 3000억원의 출자를 약속했다.이를 감안할 때 쌍용양회는 지난해말 3조2000억원의 부채가 1조8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부채비율도 200% 이하인 189%로 떨어질 전망이다.쌍용양회와 쌍용그룹의 경영정상화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그러나 건설경기 위축 등 조기회생을 기하기에는 주변여건이 좋지 않은 게 문제다.

◇조흥은행 부담 크게 늘 듯=조흥은행은 당초 쌍용정보통신 매각대금으로 최소 7000억원 이상을 예상했다.주당 20만원씩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증시침체 등의 여파로 매각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옵션이 붙은 64만주까지 포함해서 최상의 조건으로 매각하더라도 4380억원선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처럼 매각대금이 턱없이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자 조흥은행 등 채권단은 결국 추가 채무재조정을 해주기로 했다.

채권단이 ‘회생판정’을 내린 기업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조흥은행의 경우 쌍용정보통신 고가 매각이 독자생존의 한 조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로 안게 된 경영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은 현재 쌍용그룹 여신에 대해 ‘요주의’ 또는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해 최소 2%에서 최고 10% 정도의 충당금만 적립하고 있다.

◇헐값매각 등 부작용 우려=헐값매각 논란도 있다.쌍용정보통신은 대표적인 시스템통합(SI)업체로 수익성과 성장성면에서 그동안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지난해만 해도 수차례 관급공사를 잇따라 수주했으며 최근에는 국방부 사업 참여자로 최종 결정됐다.그러나 매각과정에서 이같은 영업실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높다.또 364만주중 296만주를 제외한 68만주에 대한 구체적 옵션부 조건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이 때문에 총매각대금은 4000억원보다는 3000억원에 가까운 쪽으로 최종 확정될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쌍용정보통신 매각소식이 전해진 뒤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헐값매각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실망매물이 몰려 나온 것이다.

인수업체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시스코나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될 경우 쌍용정보통신과 전략적 제휴가 가능하다.그러나 단기투자이익을 중시하는 뉴브리지 캐피털은 제휴가 불가능해 매각 이후의 산업적인 파급효과가 훨신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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