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人과학자 2만명 ‘중추역할’

      2001.03.27 05:58   수정 : 2014.11.07 15:20기사원문

한민족 네트워크중 가장 오래되고 활성화된 분야로 ‘과학기술 네트워크’가 꼽힌다.과학기술 네트워크는 국내의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주관 아래 세계 각국별로 결성된 재외한민족과학기술자협회(과협)와의 학술·인적 교류를 확대해 가고 있다.재외과협중에는 지난 71년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가 처음 탄생했다. 이후 지금까지 16개국에 걸쳐 각국별로 과협을 결성, 과협에 등록된 한민족 과학기술자 수는 모두 2만여명에 달한다.이들은 과총의 주관 아래 활발한 학술교류와 공동 프로젝트 참여, 과총 홈페이지(www.kofst.or.kr)를 통한 정보교류 등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 및 산업 경쟁력 제고에 밑거름이 되고 있어 한민족 네트워크의 앞날에 큰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과총의 이건 홍보실장은 “사실상 한국의 기술발전에 이들이 기여한 바는 엄청나다”며 “한민족 과학두뇌들이 기술개발에 기여한 성과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에 흡수돼 산업발전의 초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네트워크 현황=지난 71년 처음으로 설립된 재미과협의 경우 회원 수는 1만500여명으로 재외과협중 규모가 가장 크다.회원의 56%가 석?^박사로 구성된 재미과협은 지역별로는 뉴욕지부에 554명,뉴잉글랜드지부에 404명,캘리포니아 남부 지부에 336명,중서부지부에 334명,워싱턴 지부에 312명,일리노이 지부에 240명이 등록돼 있다.이들은 매년 5회씩 재미과협 회보를 발간,미국내에서는 물론 세계 각지의 한민족 과학기술인과 정보교류 및 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외 과학자들과 연계한 자체 세미나와 기술동향 분석,공동 프로젝트 수행 등의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재미과협의 회원들은 특히 미국 최고의 연구기관인 국립보건원(NIH),항공우주국(NASA)을 비롯, 미국내 유수대학 및 연구기관, 기업에 골고루 포진해 있어 이들의 전문지식은 국내의 관련 정책수립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재외과협은 이밖에 재일과협(일본)의 경우 2273명,재독과협(독일) 932명이며 영국과 캐나다·호주는 각각 800명, 오스트리아 38명 등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오스트리아는 가장 최근인 지난 98년 과협이 결성됐다.

특히 공산주의 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급속한 전환을 이룬 중국과 독립국가연합(옛 소련)의 경우는 각각 지난 89년과 91년 과협지부를 형성한 뒤 교류를 본격화, ‘한민족 과학기술 네트워크’의 저변을 크게 강화했다.

독립국가연합의 경우 러시아과협(회원수 1800명),카자흐스탄과협(450명),우즈베키스탄과협(250명) 등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이들 회원을 합하면 총 3000여명에 달하며중국과협의 회원 수는 약 2000명 정도다.중국과 러시아는 우주항공 및 군수분야, 기초과학 분야에서 상당히 앞서 있어 이 지역 과학기술인들의 국내 기여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총은 이같은 각국별 재외과기협을 엮어 매년 수시로 세미나,워크숍을 개최하는 동시에 3년에 한번씩 과학기술 전분야에 걸쳐 최신 트렌드를 분석할 수 있는 ‘한민족 과학기술 종합 학술대회’를 개최중이다.종합학술대회는 재외 한민족 과학자 수백여명을 포함, 국내외 각국의 산업계 및 학계,연구소의 한민족 과학기술인 3000여명이 참가하는 매머드급 학술대회로 뿌리를 내렸다.

◇한민족 과학기술네트워크의 효과=한민족 과학기술네트워크의 구체적인 성과는 지난 94년부터 과총과 과학재단이 공동으로 수행중인 ‘브레인 풀’사업에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브레인풀사업은 지난 99년말까지 기초과학, 기계·소재, 전기·전자·정보통신, 화공, 생명과학, 자원, 해양,에너지분야 등에 걸쳐 미국 등 26개국 한민족 과학자 500여명을 초빙, 한국의 국가경쟁력 제고와 밀접한 공동 프로젝트를 마쳤거나 수행중이다.이들의 국내활동은 ▲출연 연구소·중소기업과 공동 프로젝트 수행 ▲국내 연구소·기업 연구인력과 세미나를 통한 기술교류 등으로 국내 과학과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재외 한민족 과기인들은 브레인풀 사업을 통해 연평균 기술개발 35건,특허 17건,논문발표 204편, 기술자문 231건, 세미나 306회, 기술지도 122건 등의 활약을 보이면서 앞선 해외기술을 국내에 대거 전수했다.특히 기술개발의 경우 분야별로는 화공·생명과학 45건, 에너지 41건, 기계·소재 35건, 전기·전자·정보통신 27건 순으로 나타나 재외고급 과학두뇌들이 생명과학 등 첨단분야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브레인 풀 사업에 참여한 과학두뇌중 각국 과협별로는 미국이 가장 많은 71명이며 이어 중국 75명, 독립국가연합 71명 순으로 나타났다.이는 한민족 과학 두뇌들이 중국과 독립국가연합에 몰려있기도 하지만 이들 국가의 물가나 급여수준이 낮아 국내에 이들을 유치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는 불과 지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재외과협을 통한 기술정보나 전문인력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으나 최근에는 반도체와 디지털기술부문 등이 세계정상급에 오르면서 자체인력만으로도 충분한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최근 과학기술 네트워크의 활용분야는 최근 국내 정부 출연 연구소나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쪽으로 선회하는 추세다.자화전자, 서호전기, 효림산업 등은 과학기술 네트워크를 통해 한민족 또는 외국인 기술인력을 영입, 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과총과 과학재단이 브레인 풀사업과 관련, 해당 기관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한민족 과기인의 프로젝트 기여도에 대한 만족도(‘매우 높다’와 ‘높다’)는 73.8%로 나타나 한민족 과기네트워크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과총의 국제협력팀 권강인 부장은 “재외과협을 통한 과기 네트워크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브레인 풀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그는 “한민족 네트워크는 과학기술분야 뿐만아니라 한국어교육 등을 포함한 사회?^문화적인 네트워크까지 고르게 강화돼야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smnam@fnnews.com 남상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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