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월 뻬띠앙뜨 사장 “디자인작업 꿈속도 예외 아니죠”
2001.06.07 06:18
수정 : 2014.11.07 14:06기사원문
‘남만큼만 하면 남처럼 되는 것이지 남 이상 될 수는 없다.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가야 성공할 수 있다.’
올해로 27년째 패션 디자인업계에 몸담고 있는 김종월 뻬띠앙뜨 사장(50)의 성공철학이다.
뻬띠앙뜨는 전국에 백화점·직영점을 포함해 30개 매장, 200억원 규모의 연간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 최대의 여성 레포츠 의류회사.옷이 잘 팔린 덕분에 김사장은 섬유공업상·여성경영인상 등 수많은 상도 받았다.
그러나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었다.미국에서 2년간 패션수업을 받고 귀국해 사업을 시작했던 83년, 기계와 원단을 도둑맞는 위기에 부딪혔다.하는 수 없이 결혼 패물을 담보로 기계를 다시 빌리고 공장을 정상가동했다.
남들이 모두 예쁜 공주옷을 만들때 그는 처음부터 여성용 바지만 만들었다.입체재단으로 힙라인을 살리고 세로선으로 주머니를 디자인해 날씬하고 다리도 길어보이는 제품을 선보였다.이 제품은 공전의 히트를 치며 날개 돋힌 듯이 팔려나갔고 그의 사업도 자리를 잡았다.또 ‘치마+자켓’만이 정장이라는 인식을 ‘바지+자켓’도 정장이 될 수 있으며 오히려 활동적이고 힘있어 보인다는 것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다음으로 골프의류에 도전했다.기존의 어둡고 칙칙한 빛깔에 모양도 단조로웠던 가을·겨울용 제품에서 벗어나 화사한 파스텔톤에 인조보석을 달아 제작했다.이것 역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이후 뻬띠앙뜨는 레포츠 의류 전문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프로우먼’의 모델=‘완벽주의자’.김사장에 대한 주위의 평가다.자기 일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철저하며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꿈에서도 옷을 디자인 한다’며 머리 맡에 노트를 두고 잠자리에 들 정도다.
특히 최근 2개월 사이에 3차례의 대형 패션쇼를 치르면서 한번도 같은 디자인을 선보이지 않았다.늘 새로운 것을 선보이는 것만이 고객은 물론 패션쇼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라고 그는 설명했다.
“강행군으로 몸은 지치고 피곤한 건 이루 말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하지만 무슨 일이든 성공과 실패는 오직 나의 목표의식과 정신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3차례의 쇼 중에서 두 번을 구경하러 온 사람도 있을텐데 같은 디자인의 의상을 본다면 나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항상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 고객의 욕구에 한발짝 더 다가서는 것.그것은 내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김사장은 1년에 국내외 대형 패션쇼 외에도 전국 매장을 돌며 100회 가까운 패션쇼를 연다.그리고 계절마다 100가지씩, 400여 디자인을 만들어낸다.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가 따를 법도 한데 그는 마냥 즐겁기만하다고 강조했다.어릴적 자신이 그토록 꿈꿨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짜증을 낼 수 없는 이유였다.
김사장의 신념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묵히지 않는다’는 것.힘이 들때면 언제나 뜨거운 사우나에 앉아 땀과 스트레스를 함께 흘려보내곤 한다.그만큼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는 얘기다.그에게서 진정한 프로의 냄새가 뭍어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였다.
“나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경쟁은 나 자신과 하는 것이다.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세계를 향해 뛴다=김사장은 “요즘 패션계는 그야말로 전쟁”이라며 “홍수처럼 쏟아지는 외국 유명브랜드와 싸워 이기면 그 기쁨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제일 먼저 루이비통·구치·샌더 등 외국 브랜드 일색인 청담동 패션거리로의 진출을 계획했다.외국시장으로 나가기 전에 ‘내 집부터 단속하자’는 것이었다.무려 6년간을 벼른 끝에 외환위기로 대형의류회사들마저 쓰러지던 지난 99년 청담동 입성에 성공했다.그리고 1년이 넘는 내부수리를 마치고 드디어 지난해 유난히 눈에 띄는 하얀빌딩 하나를 갖게 됐다.
“아무리 외국 옷들이 많다고 해도 우리 정서와 체형에 맞는 옷은 성공할 수 있다.나는 한번도 ‘안된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암시를 하고 자신감을 가지면 반드시 이뤄지게 돼 있는 법이다.”
이러한 김사장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뻬띠앙뜨는 어려운 국내상황 속에서도 세계시장을 파고들며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만만치 않은데 이 회사의 레포츠 의류는 유럽과 미국에 진출한 데 이어 머잖아 중국시장에도 상륙할 예정이라고 한다.
“요즘 벤처기업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어 너도나도 벤처라고 하는데 패션산업이야말로 진짜 벤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디자인은 인간의 두뇌에서 나오는 가장 창조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다.외국의 유명 디자이너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정부나 대기업에서 조금만 도와준다면 국내 디자이너들이 보다 넓은 무대에서 활동하며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한국의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상대로 겁없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김사장에게서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진정한 ‘프로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