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 자본투자자

      2001.06.19 06:21   수정 : 2014.11.07 13:53기사원문

해외투자가 입장에서 한국시장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시장참여 제한문제가 그것이다.

한국(KOSPI), 미국(S&P500), 홍콩(항셍), 영국(FTSE100)의 지난 93년 주가지수를 100으로 하고 현재지수와 비교해 보면 다른 나라가 170∼270선을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50선에 불과하다. 이는 국가간 경기 사이클이라는 경제이론 때문이 아니다. 모든 국가에서 경기순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증시가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얼마나 공평한 기회를 주느냐’에 대한 물음을 던짐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을 매력적으로=지난 93년 국내증시에 상장된 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한도는 10%였다. 지금은 일부 통신·방송업종을 제외하면 지분 제한이 거의 풀렸다. 또 지난 96년 코스닥시장이 개장, 현재 등록기업이 600개를 넘어서면서 신규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조달이 가능해졌다. 주가지수선물 시장이 열려 기업의 재무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밖에 분기별 기업실적을 공개하는가 하면 주주보호나 기업재배구조 개선에도 향상이 있었다.

이처럼 한국 주식시장은 많은 긍정적 변화를 겪었음에도 불구, 좀더 많은 해외투자가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모든 참여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외국인투자가든 국내투자자든 기관투자가든 소액투자자든 소유제한이나 정보접근에 있어 완전한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통신서비스회사나 방송사에 대한 외국인투자제한은 아직도 존재한다.

또 외국인들은 기업공개(IPO) 시장에 참여하지 못해 가격결정권한을 원천봉쇄 당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외국인 참여는 쉽지 않다. 영국의 경우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M&A할 때는 누구든 지분의 51% 이상을 가져야 하며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다른 소액주주들에게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유동성,준법감시,기업지배구조=한국의 자본시장은 양적으로 거래가 많고 투자기회도 다양하다. 그러나 거래비용은 아직 비싼 편이다. 수수료와 커미션 등에 대한 규제완화는 증시 유동성 확충으로 이어질 것이다. 데이트레이딩에 대한 부정적 정책도 전체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참여자들이 주식시장의 규칙을 잘 이해할 때 증시는 제대로 작동한다. 이에 대한 역할을 감독 당국이 해야 한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아직도 발전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겠지만 규제가 너무 많다. 이러한 규제는 공정한 정보를 공시하는 흐름을 만드는데 치중해야 한다. 지난 99년 내부정보 거래와 관련한 28건의 성공적 소송이 이뤄진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정보가 누설되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규제와 거래당사자의 준법감시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거래하는 고객과의 정보는 반드시 보호돼야 할 최우선순위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예외없는 결합재무제표작성과 주주들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를 유도해야 한다. 외국인 주주들이 회사정책 결정과정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좋은 선례가 아니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차별 말아야=삼성전자 주식을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것과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나. 아무 차이가 없다. 외국인 지분율이 60%에 이르는 삼성전자는 생산공장도 한국에 있고 여전히 한국의 대표기업이다. 반면 외국인 소유제한이 있는 한국전력의 경우 제한을 일찍 풀었더라면 민영화 일정이 앞당겨졌을 것이고 한국통신프리텔도 외국인에 대한 제한을 완화됐다면 주가가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평한 룰에 따른 시장참여와 준법감시 문화를 촉진시킬 때 한국증시는 발전할 것이고 외국인투자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칠 것이다.
흔히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됐다’고 말하는데 저평가됐다고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시장의 메시지다.
한국시장의 여건이 개선되면 해외투자가 참여가 늘 것이고 시장이 보내는 메시지도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다.

/리처드 퍼스 슈로더인베스트먼트 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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