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소비 1조대…경기 ‘반짝 효과’

      2001.09.29 06:49   수정 : 2014.11.07 12:31기사원문

한가위 명절은 민족적 축제다.

헤어져 지내던 가족들과 다시 만나 조상에게 인사를 드리고, 힘써 일한 보람과 정을 함께 나누는 한바탕 잔치다. 우리는 이 잔치를 위해 천리길도 마다 않고 고향길을 달려간다. 그래서 추석명절을 경제적 잣대로만 재는 것은 불가능하다. 추석명절은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집단 소비행위 이상의 함축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석을 경제학적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최소 1조4000억원의 소비진작 효과가 발생하는 ‘대목’으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요즘, 추석명절은 일시적이나마 민간소비를 일으켜 경기 활성화와 소득 재분배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올 추석 연휴기간 중 기름값 등으로 도로에 뿌려지는 돈은 1800억원. 차례상을 준비하고 선물을 장만하는 데만 최소 1조2000억원 이상의 가계지출이 이루어지는 등 총 1조4000억원 이상의 소비지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물론 추석 연휴기간 공장 휴무로 생산 및 수출이 중단돼 1조4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등 부정적인 면도 있다.

◇제조업체 휴무로 1조400억원 손실=산업자원부가 9월초 울산·창원·구미·여천 등 25개 국가산업단지 가동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99.4%가 추석때 쉬며 이 가운데 61.1%가 4일 휴무를 실시한다. 다른 제조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산자부 윤상직 수출과장은 “철강·석유화학·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기계·조선·직물공장 대부분이 4일간 쉰다”며 “이들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 수출이 하루평균 5억달러에서 3억달러로 당장 줄어든다”고 말했다. 결국 4일휴무×2억달러=8억달러(약 1조400억원) 손실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오정훈 연구원은 그러나 “추석연휴로 생산량이 줄고 수출에 일시적인 차질이 생기기도 하지만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이는 매년 되풀이되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효과로 경제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도로에 뿌려지는 돈만 1800억원=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추석 연휴기간 예상 이동인구는 3211만명이다. 이중 철도 이용객 276만명, 항공기 48만명을 빼면 2887만명이 도로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차량은 약 1514만4000대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들 차량의 평균 이동거리가 78km가 될 것으로 추정, 총 이동거리는 11억8000만km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승용차를 기준으로 ℓ당 연비를 평균 10km로 환산하면 1억1800만ℓ를 추석연휴기간 길에 뿌린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평균 기름값인 ℓ당 13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534억원의 기름이 도로에서 쓰인다. 여기에 톨게이트 징수료까지 합하면 1800억원 가까이 도로에 뿌려진다. 도로공사의 지난해 톨게이트 징수료 합계는 259억5600만원. 올 추석에는 지난해보다 7.9% 늘어난 292억원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상차림에 선물장만까지 최소 1조4000억원…소비진작에 효과=농림부에 따르면 올해 4인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은 12만7000원. 전체 국민들이 1조원 이상을 차례상비에 쓴다는 결론이다. 여기에 선물값까지 포함하면 액수는 더 커진다. 3만원대 선물을 4인 가족당 하나 꼴로만 준비한다고 해도 2408억원가량 소요된다. 결국 차례상 비용에 선물값·교통비까지 합칠 때 1조4000억∼1조5000억원 이상이 개인들 호주머니에서 지출된다고 보면 된다.


◇추석이 주는 정신적 효과=눈에 보이는 효과 외에 추석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추석은 개인화되고 분업화된 기능중심사회에서 공동체 경험을 진하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 사회 전체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추석은 예년보다 연휴가 길어 쌓인 피로를 풀고 재충전하는 전기가 될 수 있어 연휴가 끝난 뒤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fairyqueen@fnnews.com 이경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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