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성(3)-산업지도가 바뀐다
2002.02.28 07:31
수정 : 2014.11.07 12:26기사원문
【산둥성=한·중공동취재단】‘상하이와 광둥성을 추월하라.’
산둥성이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자 경제발전의 대표주자인 상하이와 광둥성을 따라잡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산둥성은 그동안 전자, 화공, 섬유, 방직, 기계, 식료품 등 노동집약형 산업과 중소 제조업체 위주의 경공업이 발달해왔다. 그러나 산둥성은 현재 옌타이에 조성중인 자동차 산업단지와 칭다오 등에 추진중인 정보산업기지 10대 프로젝트 및 환경산업에 성의 사운을 걸고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성도인 지난은 연안도시에 내줬던 경제발전의 주도권을 내륙으로 확장시키면서 옛 영화를 되찾아가고 있다. 중국 최적의 투자처라는 칭다오와 옌타이, 웨이하이 등 보하이만에 위치한 세 도시는 상호 경쟁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산둥성의 부푼 꿈, 자동차 산업단지=취재단이 산둥성을 방문했을 때 성정부 고위관리들이 빼놓지 않고 자랑한 것이 바로 옌타이에 조성중인 자동차 산업단지였다.
대외무역경제합작청 쑹전화(宋振華) 처장은 “산둥성은 방대한 시장과 풍부한 자연자원, 완벽한 사회적 인프라를 갖췄지만 상하이와 광둥성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며 “그것은 산둥성이 중국정부의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에 따른 국가 전략산업중 핵심적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전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디이기차(第一汽車), 디얼기차(第二汽車·후에 둥펑기차로 개칭), 상하이기차(上海汽車) 등 중국의 자동차 산업단지는 모두 대도시를 끼고 발달했다”며 “산둥성은 향후 산업파급효과가 크고 자금과 기술집약도가 큰 자동차산업을 성의 발전전략으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굳이 쑹처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중국은 오는 2005년까지 연간 승용차 155만대를 포함한 차량 350만대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게 되며, 2010년에는 예상 자동차 보유대수만 5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황금시장으로 불리는 중국시장에서도 그야말로 노른자위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옌타이의 비밀병기, 라노스Ⅱ=옌타이 경제기술개발구 창장루(長江路) 118호에는 산둥성과 옌타이의 산업지도를 바꿀 수 있는 ‘비밀병기’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은 2억달러를 투자, 옌타이 시정부 산하 처선(車身)공사가 대우차로부터 생산기술과 부품을 공급받는 조건으로 라노스Ⅱ를 조립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산둥성 정부는 이 일대 50만평 부지에 자동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단지는 대우종합기계와 승용차로 10여분만에 닿을 수 있는 거리고 대우엔진공장과는 걸어서 불과 2분 거리에 있다.
처선공사는 오는 10월에 라노스Ⅱ를 전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1만여평 규모로 지어진 컨테이너 건물에는 대우차에서 파견된 기술자들이 300여명의 현지인들에게 기술 전수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바닷가까지 펼쳐진 광활한 부지에는 이미 투자를 결정한 대우차 부품협력업체 14개사를 비롯, 공장부지에 대한 구획정리가 한창이다.
쑨타오 옌타이차신유한공사 총경리는 “라노스Ⅱ 생산규모는 연간 30만대지만 우선 1단계로 5만대를 생산키로 했다”며 “판매실적과 외자유치 등 향후 추이를 보면서 생산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쑨총경리는 “이미 대우차 부품협력업체 14개사가 투자를 결정했다”며 “향후 이곳을 산둥성뿐만 아니라 화둥과 둥베이지역 최대의 자동차 산업단지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옌타이가 대우자동차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황무지를 황금벌로 일구고 있는 현장에서 그러나 마음만은 영 개운치가 않았다. 그것은 대우그룹의 야망과 욕망, 그리고 실패와 좌절이 옌타이에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대그룹중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대우그룹이었지만 그룹의 공중분해와 대우자동차의 부도로 그 꿈의 실현은 이제 산둥성과 옌타이의 몫으로 돌아갔다.
◇첨단산업 육성에 혈안=산둥성은 미래 핵심산업으로 자동차와 전자정보산업 및 환경산업 육성에도 혈안이 돼있다. 산둥성 정보산업기지 10대 프로젝트로 일컬어지는 전자정보산업은 우선 하이얼과 하이신, 아쿠마 등 대그룹을 위주로 하는 휴대폰과 통신장비 개발생산기지 건설을 필두로 한다.
또 칭다오·지난시의 가전제품생산기지, 아쿠마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소형기기 및 서버생산수출기지, 옌타이 정하이공사(正海公司) 등의 신형 자기재료 생산기지, 화광(華光) 광전자회사 등의 광전자 재료와 부품생산기지 및 리튬이온 전지생산기지, 치루(齊魯) 소프트웨어단지 등의 소프트웨어 부화기지, 지난시 신식 칩형 다이오드 생산기지 , 산둥성 중징공사(中晶公司) 등의 인공 결정체산업화기지 등도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경제무역위원회 리젠성(李建生) 부주임은 “최근 수년간 산둥성 정보산업은 매년 평균 35% 이상의 속도로 급성장했고 지난 2000년 총생산량은 중국에서 3위에 올랐다”며 “산둥성이 첨단산업 우선 정책을 펼치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보기술(IT)기업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둥성은 하이얼그룹이라는 국내 최대의 가전업체를 보유, 정보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려는 성의 장밋빛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외사판공실의 쩌우웨이둥 부주임은 “칭다오에 본사를 둔 하이얼은 지난 84년에 348만위안(약 42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다가 2000년에는 400억위안(약 48억달러)의 매출을 냈다”며 “하이얼은 파산위기를 극복하고 16년만에 1만1428배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고 목에 힘을 줬다.
그는 “창업이래 연평균 81.6%의 성장률을 보인 하이얼이 이제는 세탁기와 에어컨, 컴퓨터, 휴대폰 등 9200여종류의 각종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중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가전업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칭다오맥주도 자랑거리다. 그는 “칭다오맥주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로 베이징의 엔징, 선양의 화룬과 함께 중국의 맥주시장을 삼분하고 있다”며 “청나라 말기에 독일인들이 칭다오를 점령한 뒤 세운 이 회사는 지난해 140만t을 생산했고 97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고 자랑했다.
칭다오맥주는 최근 베이징 맥주회사인 우싱 및 산환을 흡수합병하면서 중국 전역에 세력확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그는 귀띔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는 환경산업이 주요산업으로 떠올랐다. 실제 산둥성은 세계 10대 오염도시들 가운데 쯔보(6위), 지난(10위) 등 2개가 포함될 만큼 환경오염도시로 악명이 높다.
경제무역위원회 산업정책과 량전장(梁振江) 부처장은 “2001년 9월 칭다오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국제환경박람회를 개최, 세계의 선진 환경산업기술과 제품을 가진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며 “중국정부는 150조위안을 쏟아부을 정도로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산둥성도 향후 친환경적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