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반미등 새정부 외교능력 시험대”

      2003.02.16 09:07   수정 : 2014.11.07 19:05기사원문

세계 3대 평가기관의 하나인 무디스가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들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격 하향조정했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 한전, 기업은행 등 8개 주요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도 낮췄다. 무디스는 나아가 이번 전망 조정이 공식적인 등급 재검토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기간 후(평균 3개월) 등급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전개에 따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 조정이 현실화 된다면 가뜩이나 힘든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은 자명한 일이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사의 신용등급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의 좌담을 통해 이번 무디스의 조치의 배경과 향후 대책 등을 집중 조명해 본다.


*좌담회 일시=2003년 2월13일 오후 3시

*참석자=김석중 교보증권 상무, 안세일 한국은행 부국장 겸 정책분석팀장,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안세일 부국장=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한꺼번에 2단계 낮췄습니다. 무디스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북핵문제로 인해 국가위험(컨트리 리스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투자위험이 자연히 올라간다는 겁니다. 북핵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우리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북핵 문제이외에 특별히 다른 배경이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동안 세계경제 회복이 더디게 진행돼 왔고 우리경제도 최근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게 다른 요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에 정치적 위험이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문건 전무=이번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은 향후 실제로 신용등급을 낮출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봅니다. 사실 북핵 문제가 너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미국 조지 W 부시행정부는 계속 대북정책을 대화로 풀겠다고 하지만 연초부터 그들이 얘기해온 대량 살상무기의 확산방지를 위한 정책으로 봤을 때 북핵 문제가 원만하게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것이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는데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구나 이라크 문제도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북핵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됐습니다. 한마디로 점입가경입니다.

▲김석중 상무=북핵 문제 이외의 하향 조정 원인으로 미국의 ‘한국 길들이기’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전무=그와 관련해서는 신용평가기관의 역사를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지난 97년을 돌아보면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은 재무성을 비롯, 월스트리트 등과의 복합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외정책 집행에 첨병역할을 한다는 오해도 받는게 사실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데이터로도 증명됩니다. 97년 무디스는 A3에서 Ba-로 한달 만에 ‘투자부적격’으로 낮춘 적이 있어요. 여기에는 정치적 고려도 상당히 개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의 메시지도 지정학적 요소가 가장 크게 작용했겠으나 미국 조야의 시각도 반영한 것이 아니가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김상무=한때 일본에서도 신용평가를 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죠. 국내에서도 신용평가는 사전적 측면이 아닌 사후적 측면이 강합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신용평가기관들의 주된 목적은 미국투자가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쪽에서는 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러나 반대로 미국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쪽에서 제기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사실 정권이양기간 국내에서는 은행 민영화와 구조조정 등에서 어수선했던 부분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잖습니까. 가장 큰 문제는 이번 하향 조정 전망이 오는 4월 실제 하향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안부국장=신용자체와는 거리가 먼 비경제적인 요소가 작용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하향조정 조치는 우리정부에 북핵문제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미국의 메시지라고 받아들이면 좋을거 같아요.

▲김상무=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사전에 외국인투자자들의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은 이같은 경우 발표하고 나서는 반대로 액션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죠. 오는 4월 실제 하향조정으로 이어질 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나 피치 등 타 신용기관이 같은 조치를 취할 지가 걱정이에요. 그것이 현실화가 된다면 우리 증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가 됩니다.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시가총액의 35%를 소유하고 있고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는 우량기업도 많습니다.

▲정전무=이번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금융시장은 무디스 발표 이후 며칠 안지나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고요. 4월 실제 등급조정이 올해 한국금융시장 전체를 판가름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죠. 게다가 이라크 전쟁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할 경우 한국경제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듯 합니다.

▲안부국장=무디스의 발표 직후 환율이 크게 올랐으나 서서히 안정되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환율이 급등하게 된 이유는 무디스의 하향조정 외에도 엔-달러 환율이 오른 것도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단순히 무디스의 영향으로 볼 수는 없다는 얘기죠. 원-엔 환율도 무디스의 발표 후 997원으로 올랐다가 다음날 바로 떨어졌습니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3원 정도의 영향이 있었고 ‘무디스 효과’는 7원 정도 아니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외평채 가산금리의 경우 1월 말 이후 줄곧 상승세에 있었으나 차츰 상승폭이 상당히 둔화되고 있어요. 실제 외평채 가산금리가 오른 데는 대만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위험 증대라는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전무=지난 5년동안 기업들의 경우 경상거래에 따른 환 익스포저가 더 큽니다. 따라서 갑자기 환율이 오르면서 오히려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죠. 게다가 기업들의 외자의존도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김상무=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이미 북핵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대립 못지 않게 부시행정부와 우리 신정부의 정책노선 갈등이 현안으로 대두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고요. 아시다시피 부시행정부는 클린턴 정부와는 성향이 다릅니다. 북한에 대한 시각자체가 불량국가 정도가 아니라 지도자에 대한 경멸감도 포함돼 있습니다. 자기들은 구원자, 북한의 지도자는 사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북핵 문제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고요. 그렇게 되면 다른 신용평기관들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요.

▲정전무=일단 S&P는 긍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시간을 두고 좀더 지켜보겠다는 거죠. 무디스는 지난해 S&P가 한단계 올렸는 데도 두단계 상향한데 이어 올해는 제일 먼저 하향조치를 취했습니다. UBS워버그 같은 투자사들은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만 해결되면 한국시장에 더 투자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은 좋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이제 새 정부의 과제는 지정학적인 불안요인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안부국장=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에 대한 직접적 대응자세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국가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가느냐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고 봅니다. 비경제적인 요인도 크니까 당국이 좀더 거시적 안목에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정권이양기라 내부적으로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시장을 혼란시키는 면이 있으나 신정부가 출범하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기업이 투자를 시작할 것이고, 금융과 실물이 안정되면 대외적으로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겠습니까.

▲정전무=때에 따라서는 국가설명회(IR)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으니까 실제 내려가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예상됩니다. 우리 자본시장은 2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우선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를 주도할 기관이 없다는게 문제죠. 외국인들에 의해 놀아나고 있는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신용등급까지 떨어지면 더욱 힘들게 됩니다. 따라서 4월에 다시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잘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을 건실하게 유지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최근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원가수준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유가는 30달러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교역조건이 외환위기 당시인 97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수출물량은 늘지만 빈껍데기 장사를 한다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죠. 이 상태가 4월까지 지속되면 신용등급은 낮아질 가능성이 더 큽니다.

▲김상무=자본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주식하면 로또복권 수준으로 생각하는 대내적인 인식문제가 걸림돌입니다. 북핵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4∼5월로 예상되는 기업의 노사분규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과 금융회사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해왔으나 이제는 노사관계가 핵심이 될 것입니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적극적인 해외IR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국가 최고경영자(CEO)인 대통령이 직접 나설 필요도 있어요. 앞으로 3∼4개월이 매우 중요합니다.

▲안부국장=세계적으로 볼때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느리고 일본은 아직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외투자가들은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고민하고 있어요. 반면, 한국이나 중국같은 이머징마켓은 상대적으로 투자의 메리트가 있습니다. 비록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전망이 내려갔다 해도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잘 해결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너무 조급하게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입니다.

▲정전무=무엇보다 신용등급의 실제 하락을 막아야 합니다. 시장에서는 이라크 문제만 해결된다면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에 친서방정부가 들어서고 이라크가 원유수출국으로 본격화 되면 세계경제 전체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신용등급이 더 오를 수도 있어요. 그러나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는게 장애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안부국장=만일 신용등급이 내려간다면 외국인 투자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 채권시장에서의 가산금리 상승, 자금의 단기부동화로 인한 금리 상승, 소비 및 투자심리의 위축, 기업 수익구조 악화 등이 예상됩니다. 여기에 환율이 상승해 교역조건이 나빠진다면 경기회복에도 다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좋아 정치적 안정과 함께 북핵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경기회복도 잠재성장률 정도의 성장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생각입니다.

▲김상무=무디스의 발표 전후로 주식시장에서도 지수는 부진했으나 석유화학과 철강 등 일부 종목의 경우 매수세가 이어졌습니다. 일부의 경우 중국 경제성장의 최대 수혜자로 각광을 받고 있죠. 지정학적 요인만 해결되면 아주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전무=이번 주에 있을 무디스 은행신용평가팀의 방한은 국가신용평가가 어떻게 될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조정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죠.

▲안부국장=기본적으로 이번 무디스의 국가신용전망 하향조정은 북핵 문제에 기인합니다. 이를 다각적인 외교채널을 통해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예요. 신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내 정치상황이 안정되도록 해야합니다. 또한 정부의 정책방향이 기존 정책방향의 흐름을 크게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국내외 시장에 알리면서 개혁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정전무=새 정부가 대미관계를 제대로 정립해야 합니다. 그동안 너무 국내적으로 반미감정이 확대돼 불필요한 갈등구조가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군철수 문제까지 언급되고 있어요. 이런 대미관계로는 시장의 안정은 어렵다고 봐요. 그리고 경제의 안정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지정학적 요인이 크므로 올 한해 동안 경제의 시스템을 안정시킨 뒤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김상무=신정부의 외교정책이 중요하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친미, 반미를 떠나 용미(用美)가 매우 중요합니다. 자존심을 강조하기보다 현실을 냉철히 바라봐야 합니다.
또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보장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업투자는 심리적인 면도 무시하기 어려우므로 정부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정부 관계자들이 자본시장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해줬으면 합니다.

◇정문건 전무 약력

▲51세
▲한국외대 영어영문학과
▲미국 밴더빌트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한국은행 조사부 연구위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국내경제연구실 실장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연구본부 본부장(전무)
◇김석중 상무 약력

▲45세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캔자스주립대 대학원
▲대우증권 국제영업부 국제조사팀장 
▲대우증권 취리히 사무소장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부장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안세일 부국장 약력

▲53세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텍사스A&M대 대학원 경제행정론 박사
▲한국은행 조사1부 통화금융과 과장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소 수석연구역 부부장 
▲한국은행 도쿄사무소 수석조사역 
▲한국은행 정책기획국 부국장 겸 정책분석팀장

/정리=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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