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통치자들의 권모술수 교과서

      2003.05.22 09:33   수정 : 2014.11.07 17:36기사원문

■반경(反經)(조유 지음/동아일보사)

당나라와 송나라 이래로 중국의 정치인, 사상가, 군사전략가, 그리고 성공한 상인들이 늘 곁에 두고 처세의 지침으로 삼은 필독서가 2권 있다. 중국의 역사를 ‘정면(正面)’에서 다룬 ‘자치통감(資治通鑑)’이 그 하나이고, 중국의 정치, 외교, 군사 등의 책략을 ‘반면(反面)’에서 다루고 있는 ‘반경(反經)’이 다른 하나다.

‘자치통감’은 국가의 통치자나 관료들이 늘 배우고 익히는 학습서로 이용되면서 지속적으로 출간되었다. 그런데 ‘반경’은 도덕적인 교훈보다는 현실의 난관을 극복하는 실제적인 책략과 방법을 가감 없이 기술하고 있는 탓에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통치자들 사이에 비밀리에 전해져왔을 뿐이다.

병법(兵法)에 박학하고 경세(經世)에 능한 당나라의 조유가 집필한 ‘반경(反經)’(장순용 옮김)이 국내 처음으로 번역?^출간됐다. ‘반경’은 오늘날처럼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나 기업의 세계에서 ‘자치통감’보다 훨씬 실용적인 가치를 지녔다. 특히 이 책은 ‘상경’과 ‘변경’의 뒤를 이은 동양의 경영서로, 국가경영이나 기업경영, 그리고 처세와 용인의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군자가 권모술수를 이용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을 하기 위함이지만, 소인이 권모술수를 이용하는 것은 나쁜 일을 하기 위함”이라면서 권모술수를 비롯한 각종 책략과 비술을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반경’의 내용은 책략을 날줄로 삼고 역사를 씨줄로 삼아서 엮은 게 특징. 위로는 요(堯) 임금, 순(舜) 임금의 시대에서부터 아래로는 당나라의 역사까지 조감하게 있는데, 권모술수가 얽히는 정치의 변화와 인재를 감별해서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사람을 알면 적절하게 임용할 수 있으니, 사람을 아는 것은 사람을 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면서 사람을 아는 법(知人法)에 대해 설명한다. 먼저 은밀하면서도 갑작스럽게 어떤 문제를 질문함으로써 그의 기지를 살피고, 가까이에 두고 일을 처리하게 함으로써 일을 잘하는지 여부를 살핀다.

또 그의 기색을 살피고 상대방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그의 뜻을 살핀 후에 그의 속마음을 탐색해본다. 이 가운데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됨과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통해서 사람을 관찰해보는 것이다. 만일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시작과 끝이 전혀 다르며, 겉과 속이 다르고 거짓으로 명분과 예절을 세워서 타인의 이목을 미혹한다면 그는 인재가 될 수가 없다.

나라의 흥망과 성패의 열쇠는 사람을 쓰는 데 달려 있다. 사람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리들의 장점과 결점을 잘 알아서 그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피하도록 그들의 재능을 쓰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첫째는 사람을 알아야 하고, 둘째는 잘 임용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자(文子)는 “인재는 신중하고 주도면밀한 성격을 갖춰야 하고, 뜻은 크고자 하며, 지혜는 원만하고자 하며, 행동은 바르고자 하며, 재능은 많고자 하며, 일은 요령과 핵심을 잘 파악해서 적고자 하는 6가지 특징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끝으로 이 책은 현명한 지도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어느 한쪽의 말을 치우치게 듣거나 믿지 말아야 하며 어느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중용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리고 밑의 사람들이 서로 합심하고 협력해서 저마다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도록 해 어느 하나만 단독으로 역할을 발휘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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