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세계적 맥주체인점 ‘칭다오 와바’를 가다
2003.10.15 10:13
수정 : 2014.11.07 13:11기사원문
【칭다오=정보철기자】지난 12일 오후 중국 칭다오에는 비가 내렸다. 장대비는 아니었지만 전 날까지 다소 높았던 기온을 뚝 떨어뜨리는 빗줄기였다.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 뜻밖의 미소를 띠는 사람이 있었다.
한국의 세계맥주체인점인 ‘와바’의 이효복 사장(37)이었다. 긴 꽁지머리를 한 독특한 인상의 이사장에게 비를 보고 왜 웃느냐고 묻자 대뜸 대답하는 말이 ‘오늘이 길일’이란다.
“중국 속설에 따르면 개업식날 비가오면 사업이 크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중국내 3번째 가맹점인 ‘칭다오와바’ 의 김근춘 사장(43·재중동포)도 개업식날 비가 와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이사장의 말을 거들었다.
칭다오와바는 칭다오시에서 미식(味食)거리로 알려진 미이로우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칭다오대학과는 차로 5분거리이고, 시내 중심가와는 10분거리지만 이 곳의 일부 지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재개발을 목전에 둘 만큼 낙후돼있다. 물론 칭다오와바가 위치한 곳은 재개발 예정지역이 아니다.
“내후년을 보고 선택한 지역입니다. 장래성은 시내보다 더 좋을 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칭다오와바는 1,2층에 180평규모. 투자비만 1년치 임대료 4140만원으로 포함, 3억원 가량 들었다. 종업원은 28명. 이곳 와바의 인테리어는 최신판. 와바만의 자랑거리인 맥주신전이 특히 눈에 두드러지게 꾸며져 있다. 1층과 2층 가장자리를 가득 채운 맥주신전은 이곳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 소련(19)양은 “ 이색적인 분위기를 갖춘 와바에서 꼭 일하고 싶었어요.”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와바의 또다른 특색인 ‘명예의 전당’, ‘아이스맥주바’ 등도 이곳 사람들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이다.
중국진출에 쏟는 와바의 정성은 지극하다. 이제 겨우 3개의 점포를 냈으면서도 상주하는 핵심직원 4명을 파견하고, 이사장 자신도 한달에 여러번 중국을 드나든다. 사업을 벌인지 이제 겨우 3년 남짓한 중소업체로서는 대단한 투자요, 배짱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국내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이 아니다. 50여평이상의 대형 매장을 고집하는 와바의 국내 프랜차이즈 숫자는 120여개. 최소한 매달 3,4개 이상, 평균 5개 이상의 가맹점이 늘어나고 있는 성장기업이다.
굳이 힘든 해외, 특히 중국진출을 서두르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 중국의 시장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변화가 극심하게 전개되는 지역이기도 하고요. 변화가 있는 곳에는 항상 기회가 있습니다. 이 기회의 땅에 와바의 깃발을 꽂으렵니다. 칭다오와바는 그 교두보 역할을 할 것입니다.”
셈페르 파라투스(semper paratus, 언제고 준비되어 있는 뜻의 라틴어). 보다 높은 목표를 위해 끗끗이 준비하는 그의 자세가 남달라 보였다.
“또 하나 이유를 들자면 기업인으로서의 의무도 있습니다. KFC 버거킹 맥도널드처럼 한국의 프랜차이즈시스템을 세계 만방에 알려 로열티를 받아야 한다는 의무감 말입니다.”
소비산업이라고 정부의 어떠한 도움도 일절 받지 못하는 조그만 프랜차이즈업체 사장이 던지는 한마디가 사뭇 비장하기만 들렸다. ‘수출만이 살 길이다’는 구호는 여전히 유효한데 우리는 애써 이런 업체들을 무시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대목이다.
개업일에 이어 이튿날인 13일 저녁에도 매장을 찾았다. 2개의 테이블을 차지한 금발의 젊은이들이 첫 눈에 들어왔다. 이 곳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영국과 러시아 젊은이들이었다. 중국인들 특유의 소란스러움도 매장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개업 첫날과는 달리 진짜 손님들이 들어온 것이다.
이를 보고 이 곳의 책임자인 양룬핑 여자 매니저가 한마디 던졌다.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고급 바(BAR)로 만들 생각입니다.”
눈매가 깊은 양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일어나야만 했다. 손님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 hinoo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