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엠 서용운 사장
2003.10.28 10:17
수정 : 2014.11.07 12:53기사원문
아이티엠의 서용운(45) 사장은 요즘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업을 하다보니 다양하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쉴 새 없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잦아지는 신제품이나 사업 관련 아이템 회의가 그를 잠시도 쉬지 못하게 만든다.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한 뒤 다시 잠을 청할 정도로 그는 일 자체를 즐긴다.
“일하는 게 재밌습니다. 어려서 부터 손으로 직접 만져가며 생각나는 것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으니까요.”
결국은 어린 시절의 영향을 받아 그는 전기공학도가 됐다. 그의 대학시절 별명은 ‘서가이버’. 한 때 맨손으로 무엇이던 만들어내던 외화의 주인공 ‘맥가이버’의 이름을 따 주위에서 지어줬다. 그의 끝없는 호기심은 2번이나 대학 연구실에 불을 낼 뻔 하기도 했다. 또 진공관을 터뜨려 주위를 물바다로 만든 적도 있다. 박사과정을 밟다가 올린 결혼식의 신혼여행도 논문 연구때문에 연기를 할 정도로 일을 정말 사랑하는 그다.
서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의 CEO다.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소와 ㈜브이앤피 기술연구소 소장, ㈜선익 박막기술사업부 본부장 겸 연구소장을 거친 그는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지난 98년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터치패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였죠.”
결국 그의 자신감과 일에 대한 열정은 제품의 우수성으로 이어졌다. 아이티엠의 터치패널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업계에서는 독보적이다.
터치패널이란 PDA나 모니터, 가전기기 등에서 활용돼 펜이나 손가락으로 디스플레이 위에서 직접 문자나 그래픽데이터를 입력하는 장치. 터치패널 사업에 주축이 되는 박막제조와 플라스마에 대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아이티엠만의 경쟁력은 그 누구도 따라오기 어렵다.
현재 아이티엠만의 높은 기술력을 갖춘 제품들은 GE의 세탁기, 셀빅의 PDA, 카네비게이션, 도곡동 타워 팰리스의 홈네트워크 모니터, LG전자의 터치 모니터 등 내노라 하는 기업들의 제품에 들어갈 정도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플라스마 소스 기술을 근간으로 한 저온 박막 제조기술은 지난 2001년 7월 과학기술부로 부터 ‘국가지정연구실(NRL)’로 지정될 만큼 서사장의 자랑거리다. 또 지난 2002년 5월에는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부품소재전문기업으로 뽑힌 뒤 최근 ‘터치입력 기능을 갖춘 PDP 다기능 필터’ 개발을 완료, 본격적인 사업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를 보면 아이티엠이 매년 가파른 성장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 2001년 21억원의 매출에서 2002년에는 53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데 이어 올해도 100억원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서사장은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그에게도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대만 등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중국으로의 진출이다.
“조만간 중국에서 생산공장이 가동될 예정입니다. 중국 공장은 결국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아이티엠의 전진기지인 셈이죠.”
최고의 품질을 바탕으로 인력수급과 인건비가 한국보다는 유리한 중국에서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유, 세계 속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서사장의 포부가 들어있는 대목이다.
특히 그는 최근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소기업 현주소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서로간의 관계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상호간 신뢰하는 기업풍토 속에서 서로의 기술을 보호해 주고 나만 살겠다는 기업정신은 배척해야 결국 모두 살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 shs@fnnews.com 신현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