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암-, 수-’ 표기법

      2003.12.18 10:31   수정 : 2014.11.07 11:47기사원문

암컷과 수컷을 나타내는 접두사인 ‘암-, 수-’의 표기는 아주 까다롭게 보인다. 특히 ‘수-’의 표기가 그러하다. 낱낱의 사례를 외워 처리하려다 보면 어슷비슷한 것이 혼란만 부추긴다. 우선 원칙을 이해한 다음에 예외 규정을 소화시키도록 하자.

표준어규정 제1부 표준어사정원칙 제7항에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퀑, 숫꿩→수꿩, 숫나사→수나사, 숫놈→수놈, 숫사돈→수사돈, 숫소→수소, 숫은행나무→수은행나무…’처럼 앞의 것을 버리고 뒤의 것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했다.
위의 보기에서 수꿩은 ‘장끼’, 수소는 ‘황소’도 표준어다.

위의 조항 ‘다만1’에서 “다음 단어에서는 접두사 다음에 나는 거센소리를 인정한다. 접두사 ‘암-’이 결합되는 경우에도 이에 준한다”고 밝히고 있다.

‘숫강아지→수캉아지, 숫개→수캐, 숫것→수컷, 숫기와→수키와, 숫닭→수탉, 숫당나귀→수탕나귀, 숫돌쩌귀→수톨쩌귀, 숫돼지→수퇘지, 숫병아리→수평아리’의 경우에도 앞의 것을 버리고 뒤의 것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예시하고 있다.

이어 ‘다만2’에서는 ‘다음 단어의 접두사는 ‘숫-’으로 한다’며 ‘수양→숫양, 수염소→숫염소, 수쥐→숫쥐’처럼 앞의 것을 버리고 뒤의 것을 표준어로 삼았다.

‘암-수’의 ‘수’는 역사적으로 명사 ‘�C’이었다. ‘수캐, 수탉…’ 등에 받침 ‘ㅎ’의 자취가 거센소리로 남아 있다. 그러나 오늘날 ‘�C’이 명사로 쓰이는 것은 ‘암수’라는 복합어 정도 이외에는 거의 없어지고 접두사로만 쓰이게 되었으며, 그로써 받침 ‘ㅎ’의 실현이 복잡하게 된 것이다.

위의 ‘다만1’에서 예시된 단어는 받침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거센소리를 이룬 것이다. 역사적으로 복합어가 되어 화석화한 것이라고 보고 ‘�C’을 인정하되, 표기에서는 받침 ‘ㅎ’을 독립시키지 않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서 어느 단어까지가 이 유형으로 화석화한 것인지 경계를 긋기가 어려운 점이 남아 있다. ‘수탉, 수캐…’ 등은 혼란의 여지가 없지만 ‘수탕나귀’는 서툴러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여기에 예시되지 않은 ‘개미, 거미…’도 ‘수캐미, 수커미…’가 자연스럽게 느껴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접두사 다음에 거센소리가 나는 것을 인정한 것은 ‘수캉아지’ 등 9개 낱말 뿐이다.

‘다만2’에서는 ‘숫양, 숫염소, 숫쥐’를 표준어로 삼았는데 이는 ‘발음상 사이시옷과 비슷한 소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숫-’의 형태를 취한 것이다.

‘다만1’과 ‘다만2’에 제시된 단어 이외에는 모두 ‘수-’로 통일했다.
여기 제시된 이외의 단어, 가령 ‘거미, 개미, 할미새, 나비, 술…’ 등은 모두 ‘수거미, 수개미, 수할미새, 수나비, 수술…’로 통일한 것이다.

여기에서 ‘수소, 수놈’의 현실음이 과연 아무 받침이 없이 이렇게 발음되는지, 아니면 ‘숫놈, 숫소’인지 하는 것이 문제로 남는다.
‘숫쥐, 숫양’은 ‘수쥐, 수양’이 아니면서 ‘수놈, 수소’는 ‘숫놈, 숫소’가 되지 못하는 불균형이 드러나기도 한다.

/fnnews.com 김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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