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도 쇼핑도 신나는 e라이프

      2003.12.31 10:34   수정 : 2014.11.07 11:24기사원문

직장 등 외부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현관 등 집안 구석구석을 살핀다.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가스레인지 점화 타이머를 작동하자 라면 냄비가 끊기 시작한다. 이어 가정용 로봇이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 메시지를 들려준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머지않아 우리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눈 앞에서 펼쳐지는 현실입니다’ 최근 모 건설회사 CF에 나온 카피대로 디지털로 완전무장한 집들이 성큼 다가왔다.

정부는 오는 2007년까지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61%에 해당하는 1000만 가구에 ‘디지털 홈’을 구축한다. 앞으로 불과 4∼5년 후면 디지털 홈 세상이 ‘꿈’이 아닌 현실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회사원 L씨(40)와 J씨(38) 부부의 서울 서초동 아파트를 배경으로 디지털 홈 세상을 가상으로 그려봤다.

#2007년 9월 X일 오전 6시. 경쾌한 음악에 맞춰 침실 커튼이 스르르 열린다.

L씨와 J씨 부부는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눈을 떴다. 주방 한켠에선 모닝 커피향이 후각을 간지럽힌다. 아침 준비로 부산을 떨지 않아도 된다. 전날 데이터로 설정해둔 된장찌게와 음식들이 시간에 맞춰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오전 9시. 남편과 아이를 직장과 학교로 보낸 J씨는 PC 앞에 앉았다. 먼저 아이의 신발을 사기 위해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 접속, 제품 정보를 요청한다.

2∼3 차례 정보가 오간 뒤 아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신발을 골랐다. 물론 요금은 사이버머니로 지불했다. 이번엔 자신이 쓸 선글라스를 주문하기 위해 한 안경점에 들른다. 1주일 전, 결혼기념일에 축하메시지를 E메일로 전송해 준 곳이라 친근한 느낌을 갖고 있는 곳이다.

시력이나 디지털 사진 등의 정보는 이미 안경점에 입력돼 있는 상태다. 자신의 얼굴로 만든 아바타에 여러 선글라스를 대보고 맘에 드는 모델을 하나 골랐다.

#오전 10시. 거동이 불편한 시아버지의 건강상담을 위해 원격진료 시스템을 켠다. 침실 옆에 마련된 원격 진료기에 환자의 맥박, 혈압, 심전도 등 기본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하고 인터넷 화상통신으로 환자의 혈색이 확인된다. 진료결과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의사 소견이 도착했다.

#오후 3시. 외출했다 돌아온 J씨는 집은 비운 사이 방문객이 있었는 지 확인하기 위해 TV를 켠다. 얼마 전 옆집에 살다 이사간 K씨가 “볼 일이 있어 왔던 길에 잠깐 들렀어요. 잘 지내시죠.”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돌아갔다.

그러고보니 오늘 가스, 전기요금 납부 마감일이다. 예전엔 전력량이나 가스 사용량을 체크하기 위해 검침원이 일일이 집을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각 공공사업 분야로 연결된 통합시스템 덕분에 방문할 필요도 없고 확인 용지도 사라졌다. 공과금 결제도 인터넷상에서 이뤄진다.

#저녁 7시. 해가 저물며 어둠이 드리워지자 거실의 커튼이 자동으로 내려오고 통풍을 위해 열었던 창문이 스르르 닫히면서 거실에 옅은 조명이 들어온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 계절이지만 자동센서에 의해 실내온도와 습도는 언제나 시간대별 외부 기상상황에 따라 최적의 눈금을 가리키며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저녁 7시 30분. 회사에서 업무를 마친 L씨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한 외국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로 떠나기에 앞서 인터넷에 접속, 집안을 들여다 본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은 자기방에서 ‘주문형 교육시스템’(EOD)으로 복습과 예습을 하는 중이다. 아이와 아내에게 동영상 E메일로 “9시 30분쯤 집에 갈 것 같다”고 알린 뒤 약속장소로 떠났다.

#밤 10시. 가족이 거실에 모여 영화를 보던 중 방재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수상한 사람이 집 주위를 기웃거린다며 남편에게서 신고가 들어왔다는 얘기. 확인해보니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이었다.

방재센터에서는 긴급 메시지를 받으면 통제 시스템으로 가정을 확인하고 가정 내 안전상태를 확인한 후 이상이 있을 경우 즉각 출동한다.

#잠들기 전. 냉장고에서 집안의 전등을 끈다.
방마다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고 보일러나 에어컨 온도 조절도 가능하다. 가정 내 전력선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가전기기들은 주방의 중심이 되는 냉장고를 통해 제어되며 내부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조작할 수 있다.


J씨는 내일 아침 식사를 위해 가스레인지 점화 시간과 전자레인지 타이머를 맞춰 놓고 잠자리에 든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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