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와 최지우…‘천국의 계단’이 그 섬에
2004.02.19 10:48
수정 : 2014.11.07 20:57기사원문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주말은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남쪽의 봄소식을 찾아 멀리 떠나보는 것도 좋지만 서울 근교에서 아름다운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도 요령이다.
서울에서 2시간, 인천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무의도’. 행정구역으로는 인천시 남구 용유동에 속한다. 무의도는 거리도 가깝지만, 차를 탄 채 배에 올라 바다를 건너는 재미난 체험과 곧게 트인 해안고속도로를 달려 섬을 찾아가는 낭만 등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또 실미, 하나개 같은 해수욕장과 호룡곡산, 국사봉 등 2개의 등산로, 낚시와 조개잡이를 즐길 수 있는 널따란 갯벌 등 온가족을 만족시키는 관광거리가 한데 모여 있는 ‘모험의 섬’이다.
특히 하나개해수욕장은 얼마 전 종영된 SBS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로 명성을 얻어 더욱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어 무의도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나개해수욕장=무의도 선착장에 내려 좌회전하면 한적한 해안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달리면 소나무와 아카시아가 어우러진 ‘호룡곡산 산림욕장’ 표지가 보이고 그 바로 옆에 ‘하나개유원지’입구가 나온다.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개해수욕장과 ‘천국의 계단’의 촬영지인 해변의 별장을 볼 수 있는데 쓰레기수거 및 환경오염관리비로 1인당 입장료 1000원을 받는다.
바로 앞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유원지로 들어가면 연한 황토빛깔 모래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수상가옥을 연상케 하는 방갈로를 지나 물 빠진 갯벌로 향한다.
조개를 줍기 위해 가져온 집게 사이로 고운 갯벌의 점토가 밀가루 반죽처럼 빠져나간다. 여기저기서 뽈록뽈록 생명의 물방울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의도에서 맞는 낙조도 빼놓 수 없는 볼거리다. 하나개해수욕장에서는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장관을, 실미해수욕장에서는 실미도로 넘어가는 해의 연출을 볼 수 있다.
특히 하나개해수욕장의 새로운 명소, ‘천국의 계단’ 정서의 별장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이국적인 풍치를 더해 잠시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다.
“승주 오빠… 눈이 안보여….” “정서야, 어디 있니… 한정서….” 드라마 대사를 재현하는 관광객의 모습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실미해수욕장=하나개해수욕장에서 다시 선착장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왼쪽에 실미해수욕장 표지판이 나온다. 실미해수욕장은 2㎞에 달하는 초승달 모양의 모래밭이 아름드리 소나무와 조화를 이룬 전형적인 해수욕장의 모습이다.
바닷물이 나가면 영화 ‘실미도’로 또한번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실미도까지 질퍽한 갯벌길이 열린다.
어디까지가 모래밭이고 갯벌인지 또 바다인지 도통 짐작할 수가 없다. 이곳 갯벌은 하나개해수욕장보다 깊다. 하나개해수욕장에서 이국적인 풍치를 즐기던 관광객들도 이곳 실미해수욕장에 오면 토속적인 조개잡이 원주민들로 변해버린다.
신발, 옷은 물론 얼굴까지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어도 모를 정도로 굴, 고동, 민챙이 등을 잡는 재미에 빠져버린다.
◇등산로=호룡곡산(244m)과 국사봉(230m) 산행은 무의도를 찾을 때 빼놓아서는 안되는 코스다.
호룡곡산에서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산행은 전문 산악인들도 5시간 이상 걸리는 조금 힘든 코스다. 가볍게 산에 올라 인천 앞바다를 조망하고 싶다면 호룡곡산 하나만 오를 것을 권한다.
하나개해수욕장 바로 뒤편의 ‘호룡곡산 산림욕장’ 표지판을 지나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다. 드문드문 보이는 민박집 뒤로 자연생태관찰로가 나온다.
‘호랑바위’ 방향을 가리키는 푯말을 따라 오르면 호랑바위∼신선약수를 지나 정상에 도착한다. 드문드문 눈이 녹아 질퍽하고 미끄럽지만 길이 좁아 양편에 우거진 나무들을 잡으며 올라가면 된다.
기분좋게 땀을 흘리고 정상에 서니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등줄기의 땀을 식혀준다. 땀과 함께 도시생활의 찌든 마음까지 말끔히 씻겨나가는 것 같다.
멀리 하나개해수욕장 뒤편으로 실미도가 삐죽 모습을 드러낸다. 팔미도, 영흥도, 자월도, 이작도… 같은 작은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인천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 건너 인천국제공항이 손에 잡힐 듯하다. 하산은 마당바위∼부처바위∼환상의 길을 거쳐 다시 하나개해수욕장으로 오는 코스가 좋다. 쉬엄쉬엄 오르면 왕복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찾아가는 길=올림픽대로에서 김포공항방면으로 가다 가양대교 즈음에서 인천국제공항이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간다. 영종대교를 건너 직진하다 보면 ‘용유·무의’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이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여 해안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6분가량을 가다 ‘무의도·잠진도’가 적힌 이정표가 나오면 좌회전하면 된다. 바로 나오는 잠진도 선착장에서 차를 배에 싣고 10분 거리의 바다를 건너면 그곳이 무의도다.
/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