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동백꽃잎 봄 부른다

      2004.02.26 10:50   수정 : 2014.11.07 20:43기사원문

완연한 봄내음을 �v아 찾은 남도 통영, 붉은 동백꽃잎이 처녀의 가슴처럼 수줍은듯 불거져나와 여행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다도해의 섬을 징검다리 삼아 뭍으로 건너온 봄바람에 초록빛 물비늘이 햇볕을 타고 파란 하늘로 솟구친다.

바다의 봄은 알록달록 화려한 봄꽃을 앞세운 뭍의 봄과 달리 가만가만히 다가온다. 한려수도 삼백리 물길의 동쪽 끝자락 통영 바다는 봄빛이 비교적 짙어 여느 바다보다 더 빨리 봄을 감지할 수 있다.

151여개의 크고 작은 통영 앞바다 섬들은 저마다 독특한 기암괴석과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자신을 잉태하고 키운 바다에 보답한다.

섬 하나하나가 각각 다른 매력과 독특한 아름다움을 오래토록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임진왜란 때 충무공의 병사들이 화살대와 죽창을 만들어 썼다는 죽도와 충무공의 삼도수군통제사 본영이 있었던 한산섬을 스친 뒤, 팔손이나무 자생지로 유명한 비진도를 앞바다를 통과한다.

유람선이 남쪽으로 내려가다 우도 구멍섬을 한바퀴 돈 다음 닿은 곳이 연화도.

연화도는 이름 그대로 연꽃을 닮은 섬이다.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의 바쁜 손놀림, 엉성한 돌담한켠에 돋아있는 연녹빛 풋보리, 할아버지손을 꼬옥 잡은 아이의 고사리손에서 섬에 봄이 찾아왔음이 느껴진다.

한려수도의 중심지인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24km 해상에 위치한 연화도는 총면적 3.41km에 주민 294명(93가구)이 어업을 주업으로 고기를 잡고 섬 주위에서 생산되는 패류와 해초류를 채취,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섬이다.

연화도사가 수도했다는 서낭당(실리암)과 도승들이 부처처럼 모셨다는 전래석 ‘둥근 돌’ 등 도승들의 유물이 산재해 있어 남해안의 절경과 사적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고 섬 주위에도 낚시도 즐길 수 있어 새로운 관광섬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불교도량인 연화사의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어 볼거리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연화사 대웅전의 본존불인 아미타여래불과 좌우협시불, 대웅전 앞 마당의 사찰창건비명과 스리랑카에서 직접 모셔온 석가여래 진신사리 창건공덕비, 8각9층탑도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연화사 왼편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연화도의 상봉인 연화봉(해발 210m)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매물도, 죽도, 홍도, 욕지도의 천황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섬의 절경은 동쪽 끄트머리에서 펼쳐진다.

연화포구를 둘러싼 사방이 기암절벽으로 형성되어 금강산의 만물상을 연상시키는 바위들의 군상이 볼만하다. 촛대, 불상, 표범, 사랑, 거북바위, 천년송외돌괴 등 갖가지 형상의 기암과 바위섬들로 이뤄진 연화도의 ‘용머리’는 절경 아닌 곳이 없다.

해질 무렵에는 쇠잔한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들어 용이 금방이라도 불을 뿜으며 대양을 향해 헤엄쳐 나가 하늘로 날아 오를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통영의 금강이라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연화도에서 동쪽으로 계속 가면나온다. 두 섬은 물이 빠지면 자갈길로 이어져 하루 두 번 걸어서 오갈 수 있으며 특히 등대섬 동남쪽 해안은 기암괴석과 총석단애가 절경을 이룬다.

한산섬에는 충무공 영정을 모셔놓은 충무사, 임진란 때 삼도 수군을 지휘했던 제승당, 충무공이 활을 쏘던 한산정, 적의 동정을 염탐하던 수루(戍樓) 등이 있다.

‘한산셤 달 밝은 밤에/수루에 혼자 안자/큰 칼 옆에 차고 기픈 시름 하는 적의/어듸셔 일성호가는/남의 애를 긋나니’

이 수루가 바로 ‘한산도가’에 나오는 그 유명한 수루인데 이곳에 오르면 쪽빛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험난하고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채 멀리 바다에 홀로 떠있는 거북선모양을 한 등대바위가 애절함을 더한다.

#찾아가는길=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회덕분기점에서 부산방향으로 가다가 대진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사천IC에서 내린다.
33번 국도를 달려 고성에서 14번 국도로 바꿔 타면 통영. 충무유람선터미널(055-645-2307)에서 한산도 연화도 매물도 등으로 가는 유람선이 수시로 뜬다. 연화도와 매물도 왕복선박료는 각각 어른 1만5000원·어린이 1만원.

/연화도=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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