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적 배우 알랭들롱 한국서 만났을때 리유니트 와인…

      2004.03.11 10:53   수정 : 2014.11.07 20:15기사원문

알랭 들롱… 한세기를 풍미한 세기적 배우다. 곱상한 외모에다 세련된 매너,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마지막 명장면에서 테마곡이 흘러내리는 가운데 석양을 뒤로 하고 씩 웃으며 죽음을 향해 걸어가던 모습은 많은 여성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나도 젊었을 때 알랭 들롱이 나오는 영화라면 무조건 다 보았다. 여자친구가 그놈(?)을 너무 좋아해 한때는 죽여버릴까(?)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사람의 인연이란 알 수가 없어서 몇년 전 알랭 들롱을 서울에 초청하여 와인을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알랭 들롱은 나이가 들자 영화보다 사업에 더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그는 국내화장품 회사와 향수제품을 공동마케팅하는 일과 알랭 들롱 코냑을 내가 수입하는 비즈니스로 방문했던 것이다.

그를 처음 만나면서도 난 그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그건 내가 그의 영화를 하도 많이 봐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잘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여간 그는 검은 양복을 입고 무전기를 든 보디가드들과 비서 등을 데리고 나타났는데 마치 무슨 갱두목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는 프랑스인의 자존심 지키기에 나선 사람 모양 영어를 알면서도 불어만 사용해 나는 불어통역을 또 하나 붙이는 사치까지 부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누가 인생무상이라 했으며 세월은 붙잡을 수 없다고 했던가. 그의 얼굴 주름은 내 옛날 여자친구가 봤으면 눈물을 흘렸을 만큼 쪼글쪼글해져 있었다.

어쨋든 그가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우린 의형제를 맺었다. 지금도 내 사무실에 놓여 있는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형, 잘 계슈?” 하고 인사를 하곤 한다. 제네바 인근에 있는 그의 집에 놀러간 것도 몇년이 되니 ‘out of site, out of mind’란 말이 실감이 난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다.

알랭 들롱은 와인을 무척 즐겼다. 와인을 마실 때 잔을 들곤 새끼손가락을 구부리고 입안에 털어넣었는데 와인을 입안에서 몇차례 굴리곤 삼켰다.
한번은 리유니트와인을 마셔보라고 권했더니 “젊으니까 맛이 좋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다가 그가 거품을 가리키는 것을 보곤 ‘아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발포성이다 그말이구나’라 생각을 하곤 웃어 주었다.
그는 특히 람부르스코의 맛에 감격한 듯 “멕시코 촬영을 곧 떠나는데 그곳에 가서 사먹겠다”고 하여 나를 감동시켰다.

㈜마불리유니트와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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