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색시 빰에 ‘꽃바람’ 사르르…
2004.04.08 11:01
수정 : 2014.11.07 19:24기사원문
강화도의 명산 고려산이 꽃분홍빛 ‘봄 옷’을 입었다. 분홍색 새옷을 갈아입은 고려산의 자태가 갓 시집 온 새색시의 볼같기고 하고, 얼큰하게 취한 애주가의 볼마냥 발그레 하기도 하다.
사뿐히 저려 밟고 가라며 흐드러진 진달래들의 노래가 산허리를 맴돈다.
꽃샘 추위가 한풀 꺽이고,귓가를 스치는 따뜻한 바람이 완연한 봄이 왔음을 알린다. 강화도의 봄은 서울 보다 1주일 늦게 찾아온다.개화시기도 마찬가지.
차일피일 미루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놀이’를 놓쳤다면 더 늦기전에 강화도로 향해보자.봄향기에 흠뻑 취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진달래는 철쭉과는 달리 길어야 10일정도 피어있기 때문에 때를 맞추지 않으면 절정에 달한 모습을 볼 수 없다.
고려산은 반나절 등산코스로 적당하다. 서쪽 끝의 미꾸지고개로 산행을 시작해 청련사나 백련사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미꾸지고개 마루의 가게 앞 작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동쪽 산릉자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간다.
고려산의 정상에 오르는 길은 볼만하다. 능선 전체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진달래천지·진달래물결이 요동친다. 20년생의 건강한 진달래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활짝활짝 피어나, 진하다 싶으면 빛을 받아 흐려지고, 활짝 펼쳐졌네 싶으면 바람에 흔들흔들 춤을추며 오무라드는 모습이 요염하기까지 하다.
산중턱 곳곳이 수채화 물감을 쏟아부은 듯 진달래가 제대로 물이 오르는 16일부터 3일간 이곳 고려산에서 ‘제2회 진달래축제’가 벌어진다.
진달래 축제는 오련지와 오련사, 진달래 군락지, 고려산 일대 등산로, 고려산성, 연개소문의 집터, 백련사 광장, 낙조봉 등 고려산 8부 능선에서 펼쳐진다.
강화도 전통 풍물놀이를 시작으로 타종식, 연개소문 가장 행렬, 노래자랑, 서해 낙조조망 등의 행사가 벌어진다. 고려산 7부 능선 토취장에서는 진달래꽃을 넣어 만든 화전, 버섯요리, 순무 등을 맛보고·강화 도토리묵, 쑥개떡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입장료, 주차료, 셔틀버스 이용 무료.
고려산은 진달래 외에도 신비한 전설과 유적지를 많이 가지고 있어 유서가 깊은 곳이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영천이 있어 이 근처에 장성이 많이 난다 하여, 중국의 술사가 쇠말뚝을 우물 가운데 박고 흙으로 메워서 그 기운을 눌렀다고도 전해진다. 또 우물에서 5색 연꽃이 났다하여 고구려 때 천축도승이 그 연꽃을 날려 연꽃이 떨어진 곳마다 절을 세워서 적련사(적석사)·백련사·청련사·황련사·흑련사 등 오련사가 있었는데, 현재 적련사·백련사만 남아 있기도 하다.
또한 고구려를 대표하는 걸출한 장군 연개소문이 바로 고려산 북편 시루미산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연개소문은 고려산 치마대에서 군사를 훈련시키고 오련지에서 말에게 물을 먹였다고 한다. 이밖에도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1100m의 고려 산성과 높은 산등성이에 놓인 30여개의 고인돌 군락지 등이 흥미를 더한다.
#찾아가는길=88도로를 타고 강화·김포방면으로 가다 양화교를 건너기 바로 전에 오른쪽 제방길로 빠진다. 강화이정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강화대교를 건너게 된다. 축제장은 강화대교에서 48번국도를 따라 하점면 방면으로 8㎞을 달려 강화고인돌광장에 다다르며 이곳에서 내려 고려산 정상 근처의 축제장까지 무료셔틀버스가 운행된다.
/강화도=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