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살리고 싶었다” 신용불량 40대 김진훈씨 생면부지 이웃에 신장 줘

      2004.06.09 11:18   수정 : 2014.11.07 17:58기사원문

40대 가장이 신용불량 등으로 형편이 어려운 처지 속에서도 생면부지인 이웃에게 자신의 장기를 나눠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북 경산에 사는 김진훈씨(44·사진)는 이달 초 경북대병원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주는 큰 수술을 받았다.

앞서 지난달에는 병원을 방문해 뇌사 판정시 자신의 장기 뿐만 아니라 사후 시신을 의과대학 실습용으로 기증키로 서약까지 했다.

김씨가 막연하게나마 이같은 결심을 하게된 것은 10여년 전 초등생인 딸이 다른 사람의 차에 치여 숨지게 되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체온이 느껴지던 딸의 시신을 안고 의사에게 자신의 장기를 떼어서라도 딸을 구해 달라고 하소연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4년 전 자신의 실수로 만취 상태의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일도 평생 가슴에 앙금으로 남았다.

김씨는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기억들 때문에 장기기증을 통해 죽음이 임박한 누구라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가인 동생의 빚 보증 때문에 3년 전 신용불량자로 전락, 집까지 팔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수천만원의 빚을 갚기 위해 페인트칠을 생업으로 삼아 아내와 맞벌이를 해가며 어렵게 살고 있다.


김씨는 다행히 수술경과가 좋아 9일 낮 퇴원했다.

병원측은 김씨에게 당분간 입원치료를 더 받을 것을 권했지만 김씨는 매일 병실비용 등 30만원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장기 수혜자를 오히려 더 걱정해 퇴원을 앞당겼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한 김씨는 “장기이식 후에도 별다른 불편이 없어 원래 신장은 1개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며 “작은 실천을 통해 안타까운 생명을 살려내는 일이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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